2021년 가을. 이때는 오징어 게임 (Squid Game)이 한창 인기였다. 우리 부부도 재밌게 본터라 당시 다가오는 할로윈에 가족 코스튬으로 오징어 게임을 하기로 정했다. 우리는 참가자, 당시 13개월이었던 아기는 진짜 오징어로 변신했다!
사실 원래는 아기는 진행 요원으로 변신하려 했다. 코스튬을 주문하고 기다리는데 진행 요원 코스튬 배송이 지연될거란 알림을 받았다. 한국에서 주문하고 엄마가 미국으로 택배를 보내주기로 했었는데 기다리면 할로윈 지나서 택배를 받을 것 같아 그냥 포기. 참가자 옷도 1번과 456번 이렇게 깐부를 하려고 했지만 456번이 품절이라 어쩔 수 없이 218번을 해야 했다.
그러다 문득 진행 요원 대신 '그냥 오징어는 어떨까'하는 생각이 떠올랐다. 또 진행 요원 의상이 핑크색이니 맞춰서 핑크색 오징어를 해보자고 정했다! 온라인으로 열심히 핑크색 아무리 찾아봐도 마음에 드는게 나오지 않자 차라리 만들자고 결심했다.
옷 만드는데 초보이지만 직접 계획하고 디자인하고 하나하나 내 손으로 만드니까 재밌었고 결과도 원래 구상했던 만큼 나와서 만족스러웠다. 왠지 많은 사람들이 오징어 게임 코스튬을 할거 같아 진부할 수도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직접 만든 오징어 코스튬을 더하니 더욱 재밌고 새롭고 기발한 느낌이라 배송 지연 덕분에 오히려 좋은 결과가 탄생한 셈! 우리 가족만의 특별한 느낌도 더해지고 말이다.
어디에서 가족 사진을 찍을까 생각하다 오징어 게임에서 달고나 게임 할 때 나온 놀이터가 떠올라 놀이터에 찍기로 했다.
모자를 벗으려는 아이와 달래는 부모님.
나름의 비하인드 스토리도 만들었다. 이 핑크 오징어가 바로 보이지 않는 곳에서 오징어 게임을 통제하는 최종 보스라는 스토리 말이다. 하핫.
사실 아까 갔던 놀이터에는 아이들이 많아서 정신 없었고 아기도 모자를 계속 벗고 싶어해서 사진을 제대로 찍지도 못했다. 집으로 돌아오는데 조금 아쉬운 마음이 들어 집근처 놀이터로 가 잠깐 사진을 찍었고 여기서 내가 가장 좋아하는 사진이 탄생했다. 안왔으면 후회할뻔.
아기를 웃기기 위해 열심히 노력하는 어머니.
할로윈 주말에는 코스튬을 입고 산호세의 한 동네를 산책하러 갔다.
당시 아기는 실내에서 잘 걸을 수 있었지만 밖에서 신발을 신고 걷는 건 싫어해 계속 연습하던 시기였다. 그래서 밖에서 엄마 아빠 손 없이 혼자 서 있는걸 정말 싫어했었다. 게다가 앞에는 다른 가족과 아이들이 있었는데 다른 사람들 앞에서 혼자 서 있는걸 더더욱 싫어해서 독사진을 찍으려고 놔두면 울고불며 우리를 잡고 놔주지 않았다.
신기한건 당시 할로윈 장식을 무서워하진 않았다.
아이는 나를 많이 닮았다고 생각했는데, 이 표정은 또 남편 애기 때 표정이랑 닮아서 신기하고 재밌다.
엄마와 사진 찍는걸 매우 좋아하는 아기.
행복해 보이는 아기 사진은 드물지만 가족끼리 할로윈 코스튬을 맞춰입고 함께하는 2번째 할로윈은 우리에게 소중한 추억거리가 되었다.
|오징어 코스튬 만들기
옷 만드는데 전문 지식이 없는 내가 오징어 코스튬을 만든 방법을 소개해본다. 가장 먼저 내가 생각한대로 스케치를 했다. 그리고 인터넷에 나와있는 오징어 그림들과 코스튬을 참고하며 수정했다. 이왕 코스튬 만드는거 좀 더 디테일하게 하고 싶어 제일 긴 다리 2개, 약간 휘어진 다리 4개, 쭉 뻗은 다리 4개로 나눠 디자인했다.
그 다음 천을 사러 갔다. 1시간 거리에 있는 버클리의 한 패브릭 스토어까지 갔는데 다행히도 내가 원하는 색상과 두께의 원단을 여기서 한번에 찾을 수 있어 좋았다. 오징어 코스튬 만드는 유튜브 영상을 참고하며 아이가 입던 옷 사이즈에 맞게 눈대중으로 패턴을 제작했다.
제작한 패턴을 이용해 펠트지를 잘랐고 재봉틀로 펠트지 조각을 바느질했다. 다리는 솜을 넣어 통통하게 만들고 일회용 젓가락을 사용해 솜을 넣었다. 모자는 찍찍이를 붙여 쉽게 열고 닫을 수 있게 만들었다.
중간중간 아이에게 입혀보며 잘되고 있는지 확인을 해가며 우여곡절 끝에 완성! 모자가 아기한테 좀 많이 컸고 오징어 눈이 위에 있어 오징어 눈이 모자에 가려 오징어가 화난 느낌처럼 보이는 부분이 아쉽지만 나에겐 만족스럽게 마무리 되었다!
워낙 뭔가를 만드는걸 좋아하는 사람인지라 코스튬을 직접 구상하고 스케치하고 패턴도 제작하고 재봉하고 마무리하기 까지의 모든 과정이 너무 재밌었다. 만드는 중간에 오징어 다리를 잘못 만들어서 다시 또 만들어야 할 때도 있었고 오징어는 다리가 왜이렇게 많냐며 투덜거리곤 했지만 오랜만에 다시 재봉틀도 사용하고 아무생각 없이 만드는것에만 집중하는 시간을 가질 수 있어 좋았다. 코스튬을 완성하고 아기에게 입혀봤을 때 그 모습이 엄마 눈에는 얼마나 귀여운지! 또 뭔가 미국 엄마가 된 느낌도 들고 말이다.
오징어 게임 코스튬을 입고 산호세의 한 동네를 산책한 이야기는 다음 포스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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