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 친구 결혼식에 다녀왔다. 새신랑은 남편 전 로펌 동료로 알게 되어 친해진 사이. 결혼식 전, 새신랑은 아이슬란드에서 배첼러 파티(총각파티 / bachaelor party)를 했고 남편도 초대받아 같이 다녀왔다. 신랑신부 둘 다 아이비리그 출신 엘리트에다 재력있는 집안에서 태어난 미국 금수저들. 성격 좋고 정 많고 마음씨 따뜻하고 겸손해서 참 좋아하는 커플이다.
결혼식은 땅값 비싼 샌프란시스코에서도 제일 비싼 동네 중 하나인 Pacific Heights에 위치한 Flood Mansion에서 열렸다. 이번 결혼식은 지금까지 세 번째로 참석하는 미국 결혼식이자 가장 고급스럽고 클래식했던 결혼식이었다. 아름답고 행복했던 친구의 결혼식을 소개하며 한국과 미국 결혼식 문화도 비교해보려 한다.
예식장에 도착했다. 거대한 맨션 앞마당에서 야외 결혼식이 열릴 예정이다. 처음 가보는 야외 결혼식에다가 한껏 차려입은 하객들을 보니 설렜다. 예식 순서가 적힌 브로셔와 비누방울을 받고 자리에 앉았다.
미국 결혼식은 주로 토요일 오후에 열리며, 순서는 크게 예식 → 칵테일 아워 (cocktail hour) → 리셉션(피로연 / reception). 저녁에 피로연을 따로 하는 요즘 한국인 예비 신랑신부들도 있지만 보통 한국 결혼식의 피로연은 예식장에서 점심을 먹는 것으로 끝난다. 이와 달리 미국은 저녁을 먹고 밤 늦게까지 춤 추고 술 마시며 하루 종일 축하한다.
예식장 같은 경우에는 보통 한국에서는 웨딩홀이나 호텔이 일반적이고, 종교나 스몰웨딩 등 신랑신부의 선호에 따라 장소가 달라지곤 한다. 미국에서는 따로 웨딩홀이란 개념이 없다. 이벤트홀이 있는 호텔을 포함해 와이너리, 레스토랑, 대저택/맨션, 시청, 갤러리, 박물관, 집 등 예식을 할 수 있는 장소가 좀 더 다양하다.
방명록 테이블. 여기는 신랑신부의 부모님과 조부모님들의 결혼 사진과 선물함이 놓여있다. 우리나라와 비슷하게 보통 결혼식 전 방명록을 쓴다. 축의금이나 축하카드를 들고 왔다면 선물함에 넣는다.
미국 결혼식에는 축의금보다는 선물을 주는 편이다. 선물 주는 방법은 신기한데, 먼저 결혼식 전, 신랑신부는 갖고 싶은 선물 리스트가 적힌 온라인 쇼핑몰같은 사이트를 만든다. 그 사이트 주소를 하객들에게 보낸다. 하객들은 이 사이트에서 자기가 주고 싶은 선물을 고르고 결제한다. 결혼식 선물을 어떤걸 해야할지 고민할 필요도 없는데다 실용적이고 편리해 개인적으로 참 좋은 문화인 것 같다.
물론 축의금을 줄 수도 있다. 우리 커플같은 경우에는 축의금을 줬다. 사실 선물 사는걸 깜박하고 늦게서야 웹사이트에 들어갔는데 모두 비싸고 딱히 사주고 싶지 않은 선물만 남아 있어서 차라리 축의금을 많이 주자라고 결정했다. 항상 느끼지만 결혼식이 있으면 웹사이트에 일찍 들어가서 괜찮은 선물을 사주는게 좋은 것 같다.
부모님 결혼사진. 옆에는 신랑신부가 남자 하객들을 위해 준비한 선물인 행커치프.
여자 하객들을 위해선 캐시미어 숄이 있었다. 보통 여자들은 결혼식에 소매 없는 드레스를 입고 오고 샌프란은 보통 춥다. 나도 소매 없는 드레스를 입었고 겉옷은 따로 가져오지 않았는데 덕분에 살았다. 하객들 사이에 칭찬이 자자했던 센스가 돋보였던 선물.
주례는 신랑이 다녔던 로스쿨 교수가 보았다. 신랑 신부 옆에는 신부 들러리인 브라이즈메이드(bridesmaids)와 신랑 들러리인 그룸즈맨(groomsmen)이 있다. 신랑신부 바로 옆에 있는 사람은 신부측은 메이드 오브 아너(maid of Honor), 신랑측은 베스트 맨(best Man)이라고 부른다. 보통 친동생이나 친언니/친형 또는 가장 친한 친구로 처녀파티인 베첼러렛 파티(bachelorette party)이나 총각파티인 베첼러 파티(bachelor party)를 포함해 결혼식 준비를 도와준다.
예식은 조용하게 경건하게 진행되었고 모든 하객들은 차분히 예식에 집중했다. 이 모습을 보며 올해 초 한국에서 올렸던 우리 결혼식이 떠올랐다. 나는 우리나라 예식장의 떠들썩한 분위기가 싫어 부모님과 지인들에게 미리 조용한 분위기를 만들어 달라고 여러번 부탁드렸다. 하지만 역시 예식 진행 중 핸드폰 벨소리가 울리고 처음부터 끝까지 시끌시끌한 분위기였다. 주인공인 신랑신부에게만 집중하고 예의를 갖추는 미국 결혼식, 참 부럽다. 여하튼 혼인서약서를 읽을 때 신부와 브라이드 메이드들이 울먹거리는 모습을 보니 나도 코끝이 찡했다.
예식이 끝난 후 신랑신부의 행진. 브로셔와 함께 받은 비눗방울을 불며 축하했다. 행진이 끝난 후 하객들 모두 단체사진을 찍었다. 여기선 신랑쪽 신부쪽 구분없이 한 번에 단체사진을 찍었고 학교 동창끼리나 브라이드메이드끼리, 또는 그룸스맨과 함께 등 따로 찍기도 했다.
단체 사진을 찍은 후 야외에서 칵테일 아워(cocktail hour)가 시작되었다. 의자가 없는 테이블에서 서서 술과 스낵을 먹으며 사람들과 담소를 나누는 시간이다. 클래식 음악이 라이브로 흘러 나왔고, 웨이터들은 와인과 핑거 푸드를 서빙했다.
칵테일 아워에서 제일 친한 친구 커플과 얘기를 나눴다. 우리의 주제는 단연 이 결혼식! 과연 이 결혼식에 얼마나 많은 돈을 썼을까 추측했다. 친구는 뉴욕 출신인데 가문과 전통이 중요한 뉴욕과는 반대인 자유롭고 캐주얼한 샌프란시스코에서 이런 클래식하고 성대한 결혼식에 와보게돼서 신기하다고 했다.
야외에서의 짧은 칵테일 아워가 끝나고 본격적인 피로연 (리셉션 / reception)을 위해 리셉션장으로 들어왔다. 피로연장 입구에는 하객들의 이름이 적힌 카드가 놓여있다. 여기서 내 이름을 찾고 카드를 열어보면 몇 번 테이블에 앉는 지 알 수 있다.
부케와 같은 컨셉의 4단 웨딩 케이크. 이렇게 아름다운 케이크는 처음 봤다. 1단부터 4단까지 진짜 케이크다. 피로연 마지막 때 디저트로 다 함께 이 케이크를 먹는다.
케이크 뒤로는 커다란 창과 발코니가 있었다. 샌프란시스코 상징인 금문교와 알카트라즈가 한 눈에 보였던 엄청난 뷰. 이 때문에 샌프란시스코 사람이든 타주 지역 사람이든 다 창가쪽으로 와서 사진 찍느라 정신 없었다.
피로연 시작 전. 웨이터와 웨이터리스는 와인과 물을 따라줬다.
신랑신부가 리셉션장으로 입장했다. 하객들은 모두 일어나 박수로 맞이했다. 메이드 오브 아너와 베스트 맨의 축사 그리고 가족들의 축사가 진행되었다.
친한 커플과 같은 테이블에 앉아서 좋았다. 앉은 자리에는 내 이름이 담긴 귀여운 액자와 함게 고급스러워 보이는 식기류와 코스 메뉴가 놓여져 있었다.
미국에서는 보통 RSVP 카드가 담긴 청첩장을 지인과 가족들의 집으로 우편으로 보낸다. 그리고 청첩장을 받은 사람은 RSVP 카드에 결혼식 참석 여부를 표시한 후 다시 신랑신부 집으로 보낸다. 이번 결혼식 RSVP 카드에는 참석 여부를 포함해 원하는 메인 메뉴 선택지가 있었는데, 우리 둘 다 소고기 스테이크에 미리 체크하고 보냈었다.
식전빵과 애피타이저.
골든 아워에 맞춰 사진찍으러 가는 신랑신부. 미리 웨딩촬영을 하는 우리나라와는 달리 미국은 결혼식 당일에 웨딩촬영을 한다.
메인으로 나온 소고기 스테이크.
메인 메뉴 식사가 끝나고 케이크 커팅식이 이뤄졌다.
그 다음은 결혼식의 마지막 순서인 댄스타임! 이 건물 메인 홀도 어마어마했는데 이 방은 유럽 성의 어느 방처럼 화려했다. 라이브 공연과 함께 신랑신부의 댄스타임이 시작되었다.
신랑 신부의 커플 댄스 타임. 미국 예비 신랑 신부들은 이 댄스타임을 위해서 미리 댄스 수업을 듣곤 한다. 우리 커플도 피로연 때 춤을 췄던 기억이 새록새록 떠올랐다. 둘 다 썬글라스를 쓰고 브루노 마스의 '24K Magic'에 맞춰 춤을 췄던, 오글거렸지만 즐거웠던 기억.
이어 신부와 아버지가 춤을 추는 시간. 두 분다 컨트리 음악을 좋아하는지 컨트리 모자를 쓰고 음악에 맞춰 라인댄스를 췄다. 서로 웃으며 즐겁게 춤 추던 모습이 참 아름다웠다. 신부와 아버지의 춤이 끝나면 이제 무대는 하객들이 나와서 신나게 춤을 춘다.
불빛이 반짝거리는 금문교의 밤.
후식 타임. 웨딩 케이크와 쿠키 & 우유. 하얀 웨딩 케이크 속에는 진한 초코가 들어있었다. 달콤하고 맛있었던 초콜렛 케이크. 아이스크림은 원하는 맛과 토핑을 고르면 직원이 예쁘게 담아줬다.
털털하고 유머 넘치는 왼쪽 친구는 우리에게 샴페인 마시는 법을 보여주겠다면서 저런 포즈로 꿀꺽꿀꺽 마셨다. 그러다가 다른 친구에게도 이 포즈를 전수하곤 했다.
애프터 파티 초대장. 샌프란시스코 핫한 레스토랑 & 바인 620 Jones에서 애프터 파티, 소위 말하는 뒷풀이가 열렸다. 신부는 하얀 미니 드레스로 갈아 입었다. 뒷풀이에는 어르신들은 없고 젊은 사람들만 남아 있었다. 여기서 술 한잔하다 근처 피자집으로 갔다.
벌써 12시가 넘은 시간. 지치고 배고픈 신랑신부와 하객들은 열심히 피자를 먹으며 결혼식은 소박하게 끝이 났다. 결혼식 준비가 만만치 않았을 텐데 아무 탈 없이 마무리되서 다행이었다. 또 결혼식 이후에는 결혼식에 참석해줘서 고맙다며 손으로 쓴 감사 카드(Thank you card)도 받았다. 부부의 결실을 맺는 순간을 축하할 수 있도록 아름다운 결혼식에 초대해 준 친구들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포스팅을 마무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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