뮌헨 여행 둘째날. 옥토버페스트에 놀러올 목적으로 뮌헨에 왔지만 다하우 강제 수용소(KZ-Gedenkstätte Dachau) 만큼은 꼭 들리고 싶었다. 독일 최초의 강제 수용소이자 다른 강제 수용소의 원형이 된 다하우 수용소. 2차 세계 대전에 관심 많은 우리는 무거운 마음으로 참혹한 역사가 고스란히 담긴 이곳을 둘러보았다.
726번 버스를 타고 내려 인포메이션 센터를 지나 쭉 걸어오면 이 빨간 지붕 건물이 나타난다. 옛날에는 이 건물 바로 앞에 수감자를 빽빽히 태운 열차가 정차하는 기차역이 있었다고 한다.
기차에서 내린 모든 정치범, 유대인들은 이 문을 통과했다. 이 문에는 'ARBEIT MACHT FREI'라는 유명한 문구가 새겨져 있다. 뜻은 '노동이 그대를 자유케 하리라.' 많은 나치 강제 수용소 입구에 이 문구가 새겨졌다고 한다. 여기서 오른쪽 건물은 박물관, 왼쪽은 유대인들이 생활했던 막사 건물이다.
다하우 강제 수용소 박물관 내부. 수용시설을 개조해 박물관으로 만들었다. 다하우 수용소는 초기에 정치범 수용을 목적으로 1933년에 개설되었지만 이후 정치범을 포함해 유대인도 강제 수용되었다. 수용소 운영기간 동안 30개국 이상에서 온 20만명의 죄수들이 수감되었다고 한다.
수용소 박물관은 년도별 그리고 카테고리별로 수용소에 관한 역사와 정보를 상세하게 알려준다. 읽을거리와 사진이 많아 다 둘러보았을 때 마치 책 한 권을 다 읽은 기분이 들었다. 수용소 희생자들에 대한 짠한 마음과 함께 다하우 수용소를 조직적으로 운영하고 유지하는데 많은 노력이 들어갔음 또한 알 수 있었다.
다하우 수용소 유대인 생존자의 증언이 나오는 동영상도 볼 수 있다.
박물관을 나와 앞에 있는 건물로 왔다. 다하우에 수감되었던 사람들이 생활했던 막사 건물이다. 나치 정권 당시에는 막사가 32개나 있었지만 지금은 1곳만 박물관으로 만들고 나머지는 모두 없앴다. 사진에 보이는 닭장같은 것은 침대.
막사 안의 열악한 생활시설.
막사를 나와 가로수길 끝에 있는 추모비로 향했다. 강제 수용소라는 말과는 어울리지 않게 가로수길이 참 예뻤다. 가로수 양 옆으로는 아까 우리가 봤던 막사 건물 32개가 빼곡히 있었다. 아까 둘러본 막사 한 건물만해도 규모가 꽤 컸는데 그런 건물이 31개나 더 있었다니. 더 씁쓸해진다.
오른쪽은 카톨릭인 추모비. 왼쪽은 유대인 추모비. 둘 다 압도하는 규모였다. 이 수용소에는 유대인도 많았지만 카톨릭 성직자들도 반나치 혐의를 받아 많이 수감되었다.
유대인 추모비 안에 고스란히 놓여져 있는 화환.
추모비를 둘러보고 화장터로 가는길. 이곳이 막사 건물이 있었던 터. 다하우 강제 수용소는 사진 오른편에 보이는 감시탑과 전기 철조망, 담벼락 그리고 배수로로 둘러쌓여 있다.
화장터로 가는 길. 여행 당시 9월 말이라 뮌헨에는 가을이 찾아왔다.
화장터 건물. 2 곳의 화장터가 있다. 앞에 보이는 건물은 당시 효율적인 운영을 위해 새로 지은 화장터.
시체를 태우는 화장장. 얼마나 많은 시체를 태웠을지 생각하니 몸에 소름이 돋았다.
유명한 가스 샤워실. 영화 '인생은 아름다워'에서 "샤워하러 간다"라는 말이 자꾸 맴돈다.
화장터까지 모두 둘러보고 나왔다. 셋 다 마음이 더 무겁고 씁쓸해진 상태였다. 갑자기 비가 한 두 방울씩 내리기 시작했다.
역사의 현장을 직접 둘러보니 마음이 먹먹했지만 한편으로 과거의 잘못이 다시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역사를 반성하는 독일인들의 역사 인식과 노력이 대단하다고 느꼈다. 이 엄청난 규모의 수용소 박물관을 관리하고 유지하는데 많은 노력과 비용이 들겠지만 입장료 단 한푼도 받지도 않는다는 사실에 의미가 더 깊어진다. 이런면에서, 미국인들의 역사 인식을 잘 느낄 수 있었던 하와이 진주만에서의 경험이 스쳐지나가기도 한다.
어두운 역사를 여행하는 이른바 '다크 투어'. 즐겁고 신 나는 여행도 좋지만 다크 투어를 통해 어두운 역사를 다시 돌아보고 잠시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을 가져보는 것도 좋은 여행이 될 것 같다.
|다하우 강제 수용소 가는 법 & 팁
다하우 강제 수용소는 뮌헨 시내에서 서북부쪽에 위치해 있다. 메트로와 버스를 타고 시내에서 약 50분이면 오는 곳이다.
1. Altomünster 방향 또는 Petershausen 방향으로 가는 S2호선을 타고 Dachau 역에서 내린다.
2. Dachau 역 바로 앞에 있는 버스정류장에서 726번 버스를 타고 Dachau, KZ-Gedenkstätte 역에서 내린다.
- 726번 버스는 다하우역이 종점이기 때문에 헷갈릴 필요없이 정차된 버스를 바로 타면 된다.
- 많은 인파를 피하려면 아침에 오는 걸 추천한다. (아침에 둘러보고 점심 때쯤 다하우역에 도착했는데 버스 줄이 정말 길었다.)
- 입장료나 티켓 없이 바로 들어 갈 수 있다.
-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오디오 가이드를 빌릴 수 있으며, 이 건물에는 화장실과 카페가 있다.
- 지하철 표는 역에 있는 티켓 머신에서 구매할 수 있다. 다하우에 갈 때는 1회권보다는, 버스를 포함해 하루 동안 무제한 사용할 수 있는 데이 티켓을 추천한다. Dachau 역은 2존에 있으므로 Munich XXL 데이 티켓을 사면된다. (자세한 사항은 뮌헨 여행|데이 티켓 & 바이에른 티켓 & 대중교통 노선도 총정리 포스트 참고)
|다하우 강제 수용소 위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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