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옥토버페스트 둘째날. 토요일이라 전날보다 훨씬 많은 인파로 북적거렸다. 이날은 못 타봤던 놀이기구도 타고 곳곳에 있는 게임도 하며 기념품도 톡톡히 얻기도 한 날. 옥토버페스트가 처음 시작된 'Oide Wiesn'에서 만난 독일 청년들과 다양한 이야기를 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던 둘째날을 추억해 본다.
옥토버페스트 안에는 놀이동산 부럽지 않을 정도로 다양한 놀이기구가 많다. 첫번째 사진은 인기 많은 80년된 놀이기구 'Toboggan'. 핸드레일 없는 컨베이어 벨트 위를 올라가는 단순한 놀이기구지만 올라가는 동안 중심 잡기가 힘들기 때문에 넘어지기가 쉽다. 타는 사람들을 구경하는 것도 하나의 재미라서 기다리는 사람도, 구경하는 사람들도 정말 많았다. 사람이 잘 올라가면 여기저기서 박수가 나왔다. 밤에는 취한 사람들이 많이 도전해서 구경하는게 더 재밌기도 했다.
동생과 나는 문어발 같은 것이 속도감있게 회전하는 놀이기구인 'Parkour'를 탔다. 와... 막 무섭진 않았지만 정신 못차릴 정도로 스릴 넘쳤다. 놀이기구 못타는 겁쟁이인 나는 마지막에 거의 쓰러졌고, 놀이기구를 잘 타는 동생은 연신 "이거 대박!"이라 외쳤다. 다 끝났다고 생각했던 찰나, 갑자기 디제이가 "Finale!!"라고 흥겹게 외친다. 정말 내리고 싶었지만 피날레만 5분을 더 탄거 같다. (살려줘...) 정말 오래 태워줬던 스릴 넘치는 놀이기구. 지금 글을 쓰고 있는 와중에도 손에 땀이 난다.
놀이기구 타면서 하도 눈을 질끔 감은 채 손잡이를 꽉 쥐어서 온 몸은 후들거렸고 열심히 바른 마스카라는 다 번져버렸지만 덕분에 더욱 흥이난 상태가 되었다. 두 번째로 한 게임은 사격! 한국에 살 적, 오락실 사격장에서 의외의 재능을 발견해 종종 사격을 하곤 했었다. 군필자 1명과 미필자 2명은 열심히 실력 발휘를 했고 상으로 조화 장미 한 묶음을 받았다!
뭔가 불쌍해 보이는 고등어와 높이 까지 올라가는 회전 그네.
아까 받은 조화 장미로 잔뜩 멋을 낸 우리. 거리를 걷다보면 전날보다 예쁜 디언들을 입은 사람들이 많았다. 딱 봐도 비싸보이는 고급스럽고 우아한 실크 디언들이 많아 구경하는 것이 쏠쏠했다.
거리에 있는 칵테일과 와인을 파는 곳. 가고 싶었던 텐트에는 엄청난 줄이 있어 기다리긴 싫고 술은 고프고. 옥토버페스트 거리에는 맥주를 파는 곳이 없으므로 어쩔 수 없이 칵테일이나 와인이라도 마시자며 한 부스에 들어왔다.
독일에서 슈냅스(Schnapps)를 먹어본 적이 없는지라 한번 마셔보기로 했다. 마침 '맥주 슈냅스(Bier Schnapps)'라는 흥미로운 술이 있어 시켜보았다. 맥주 슈냅스는 스트레이트 잔 크기만 했다. 도대체 뭐지하며 한 모금 살짝 들이키는데 달콤하면서 강력한 것이 꼭 위스키같았다. 다시보니 도수는 33도였다. 헉.
술 한 잔 들이키니 또 게임이 하고 싶었다. 이번에 한 것은 야구공 만한 크기의 공으로 탑처럼 쌓은 캔을 쓰러트리는 게임! 다 쓰러트리지는 못했지만 직원분께서는 고맙게도 '진저 브레드 하트 핀' 하나를 동생에게 선물로 주셨다.
전 날도, 이 날도 뮌헨의 하늘은 너무나도 예뻤다. 우리는 맥주를 마시기 위해 텐트에 들어가려고 했고, 옥토버페스트 앱을 이용해 텐트 점유율을 확인해보았다. 거의다 90% 이상이었다. 그나마 점유율이 낮은 텐트로 가 보았지만 앞에는 긴 줄이 있었다. 한 시간 내에는 못 들어갈 것 같아 Oide Wiesn에 가자고 결정했다.
Oide Wiesn 입구. 넓디 넓은 옥토버페스트에서 한 부분을 차지하고 있는 Old Oktoberfest. 이곳은 옥토버페스트가 처음 시작된 역사적인 지역이다. 이 작은 곳에서 옥토버페스트가 시작되었고 해마다 점점 규모가 커져갔다. 이곳은 3유로 입장료를 따로 내고 들어가고 리스트 밴드를 받는다. 참고로 3유로는 무조건 현금 결제만 가능하다.
올드 비즌에 안에 들어오니 밖에서는 보지 못했던 놀이기구들도 많았다. 우리는 'Festzelt Tradition'이라는 커다란 건물을 보았고 앞에는 줄도 없었기에 "혹시 여기엔 자리가 있지 않을까?"하며 들어갔다.
Festzelt Tradition 앞 마당. 파울라너나 다른 텐트(Zelt) 앞에도 비어 가르텐(Bier Garten)이라고 맥주 마시는 마당이 있었지만 여기는 훨씬 넓었고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안에 들어와보니 바바리아 음악이 크게 울려 퍼졌는데 중간 중간 채찍질 소리가 났다. 뭔가해서 보니 레더호즌을 입은 남자들이 테이블 위에 올라가 리듬에 맞춰 채찍질을 하고 있었다. 이런 모습이 너무 신기해 멍하니 지켜보고 있었다. "아 여기 오길 정말 잘했다!"
페스트첼트 트래디션의 메인 무대. 바이에른 악단이 연주하는 음악에 맞춰 귀여운 아이들이 춤을 추고 있었다.
빈 자리를 찾으려 돌아다니다가 공연 준비를 기다리는 공연단. 신기하게 쳐다보는 있는데 2미터는 족히 넘는 거구의 아저씨가 우리에게 말을 걸어왔다.
무대 바로 앞 테이블에 자리잡은 8명의 아저씨들 중 한 명이었다. 우리에게 어디서 왔냐며 유창한 영어로 물어보셨다. 독일인 아저씨들인 줄 알고 독일어로 대답했다. 독일어 초급자라 발음이 구렸는지 못 알아듣는 눈치였다. 알고보니 네덜란드 아저씨들이었다! 어쩐지... 유창한 영어에다 키가 엄청 크다 했다.
네덜란드에서 교환학생으로 지냈던 적이 있었기에 네덜란드어로 인사하고 영어로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다. 친절한 아저씨들은 우리에게 잠시 자리에 앉아도 된다고 하셨다. 덕분에 옥토버페스트에 온 지 몇 시간만에 처음으로 맥주를 마실 수 있었고 공연도 바로 앞에서 볼 수 있었다. 하지만 곧 테이블에 음식이 나왔고 식사에 방해가 되기 싫었던 우리는 고맙다는 인사를 한 후 빈 자리를 찾아 나섰다. 유쾌한 아저씨들, Dank u wel!
시원한 맥주를 들이키며 다시 빈 자리를 찾으러 나섰다. 페스트첼트 트래디션 안에는 메인 스테이지 말고도 뒤에 바이에른 악단을 위한 자그마한 무대도 있다.
드디어 화장실 근처에 있는 곳에 빈 자리를 찾았다!! 이 테이블은 예약된 곳이 아니라서 우리처럼 세 명이나 두 명씩 온 사람들이 많았다. 우리 테이블에는 브라질에서 온 유학생 한 명과 우리를 제외한 사람들은 모두 독일 사람들이었다. 그 중 우리 앞에 온 독일 청년 2명 A와 M과 친해졌다. 둘다 같은 학교 의대생으로 A는 뮌헨 사람이고 M은 옥토버페스트에 맞춰 잠시 놀러 온 독일 서부 지역 사람이라고 했다.
이 텐트에는 유리가 아닌 도자기 맥주잔이 나와서 좋았다. 마침 또 옥토버페스트 주제곡인 'Ein Prosit(아인 프로짓)'이 나와 함께 Prost를 외쳤고, 이어 A와 M은 우리에게 독일 맥주 문화를 가르쳐줬다.
"맥주잔으로 건배할 때는 'Prost' 라고 외치고 건배하는 사람과 눈을 마주쳐야 해."
보통 술잔을 보고 건배하는 한국문화에 익숙한 동생과 나는 눈을 마주치고 하려니 뭔가 민망하기도 하고 어색했다.
"그리고 건배할 때에는 내 맥주잔에 있는 맥주가 다른 사람의 맥주잔으로 들어갈 수 있을만큼 크게 술잔을 부딫혀야 해. 이건 '신뢰'를 의미하는데, 왜냐하면 내 술이 다른 사람 술에 들어가면 술은 섞여지잖아. 그럼 우리가 마시는 술에 독이 없으니 괜찮다는 신호거든. 독일사람들은 오래 전부터 이렇게 해 왔어."
여긴 아우구스티너 브로이 맥주를 준다. 아우구스티너 브로이 도자기 맥주잔과 아까 공 던져서 받은 진저브레드 하트 핀. '사랑해'라는 뜻인 'Ich liebe Dich'가 적혀 있다. 모든 진저 브레드 하트에는 잘생긴, 귀여운, 사랑해 같은 예쁘거나 웃긴 단어, 문장이 적혀 있다. 옥토버페스트에 온 사람들 패션을 보면 먹을 수 있는 진짜 진저브레트 하트를 목걸이 처럼 목에 걸고 다니거나 이런 조그마한 핀 또는 나무 집게를 악세서리로 달고 다닌다.
나도 진저브레드 하트와 아까 받은 장미꽃을 달았다. 'Süße'라고 적힌 진저 브레드 하트를 8유로를 주고 기념품샵에서 구매했다. 현지인 발음이 궁금해서 물어봤다.
M: "'Süße'는 '슈써'라고 읽어. 'Sweetheart'라고 생각하면 돼. 좋은 단어야."
이어 A와 M과 우리는 독일, 미국, 한국의 언어, 경제, 문화 등에 대해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전날은 미친듯이 춤추고 놀았다면 이날은 현지인들과 깊은 대화를 할 수 있는 시간이었다. 특히 가장 인상에 남았던 것은 독일의 교육 시스템. 충격적이었던 것은 A와 M 둘 다 의대생인데 학비가 공짜라고 했다. 독일 대학 등록금이 무료라는 건 알았지만 돈이 많이 드는 의과대학에 까지도 무료인지는 알지 못했다.
A: "독일 정부와 대부분의 독일 사람들은 학생은 경제적인 부담 없이 자신이 원하는 공부를 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줘야 한다고 믿고 있어."
이야기를 많이 하다보니 슬슬 배가고프기 시작했다. 프레첼 파는 직원이 오기가 무섭게 프레츨 하나를 시켜 나눠 먹었다. 갓 구워져 나온 것이라 정말 맛있었다.
프레첼 직원 셔츠에 달린 나무 집게에도 진저브레드 하트처럼 단어나 문장이 적혀있다. 여자들이 진저브레드 하트 핀을 달고 다닌다면 남자들은 저 나무 집게를 달고 다니는 모습을 많이 보았다.
그나저나 여기 텐트는 아우구스니너나 파울라너 텐트보다 맥주와 프레첼 가격이 조금더 저렴했다. 맥주는 2유로 더 싼 9유로 정도 했고 프레첼도 약 3-4유로 저렴한 18유로 정도 였던 걸로 기억한다.
동생은 전날 만났던 디즈니 왕자도 그렇고, 오늘도 잘생긴 남자들을 눈여겨 봤다.
동생: "누나야, 옆에 테이블에 흰색 셔츠 입은 남자 진짜 잘생겼지 않나? 와 어제 오늘 통틀어서 본 사람 중에 제일 잘생긴거 같다."
어쩌다 이 남자와 얘기하게 되었다. 이 분도 독일 사람이었다. 얘기를 하다가 사진 같이 찍자고 물어봤다.
나: "사실 우리 동생이 그쪽이 정말 잘 생겼다고 계속 칭찬하고 있어요. 같이 사진 한 번 찍어도 괜찮을까요?"
잘생긴 독일 남자: "Wow! 정말 고맙습니다. 그런데 이 말을 여자에게 들어보고 싶네요. 하하하.
나: "이 텐트에서 우리 남편 다음으로 제일 잘생겼어요!"
잘생긴 남자는 칭찬에 기분이 좋아졌고, 잘생긴 남자와 사진을 함께 찍은 우리 동생도 기분이 좋아졌다. 반면 나는 내 옆에 있던 독일 여자의 디언들이 너무 고급스럽고 예뻐서 어디서 샀냐며 말을 먼저 걸었다. 여자 친구 한 명과 같이 왔는데 둘 다 얼굴도 예쁘고 친절했다. 같이 사진을 찍으니 난 겉잡을 수 없는 오징어가 되어버렸기에 이모티콘으로 가려야했다...후...
여기 텐트는 젊은 사람도 많았지만 나이 드신 분들이 조금 더 많아 보였다. 그래서인지 전날 갔던 아우구스티너 텐트의 분위기와는 사뭇 달랐다. 아우구스티너에는 거의 모든 사람들이 테이블이나 의자 위에 올라가 춤 추고 노래부르며 미친듯이 논다면 여기는 앉아서 이야기를 하거나 무대나 복도로 나와 점잖게 춤을 추는 커플들이 많았다. 하지만 Ein Prosit이 나올 때는 정말 흥겹다. 이 때는 함께 노래를 부르기 때문에 텐트가 떠나갈 정도로 쩌렁쩌렁하다.
웨이트리스와 채찍질 하던 분. 채찍질 이벤트는 하루에 한 번 하는게 아니라 일정 시간마다 나오는 것 같았다.
A와 M과 함께 2차를 가려고 텐트를 나왔다. 다른 텐트로 갈까하다 마감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기에 뮌헨 시내에 있는 바에 가기로 했다.
Oide Wiesn에 있던 놀이기구들.
Goetheplatz 역과 가까운 입구만 다니다가 처음으로 와본 Theresienwiese 역 근처인 옥토버페스트 정문!
옥토버페스트를 떠나기 전 정문에서 사진 한 번 찍고 싶었다.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거리에서 사진을 찍으면 신이 난Photo bomber들이 달려들어 사진 찍는 걸 방해한다. 그런데 이마저도 흥겹고 재밌다.
뮌헨 시내에 있는 어느 바에 가는 길. 뮌헨 사람인 A의 리드로 경쾌하게 걸어갔다. 지나가다 마주친 성인용품샵. 동생에게 "저기 쇼윈도 앞에서 포즈 한번 취해봐봐."라고 요구하니 군말없이 곧장 포즈 취하는 착한 내 동생.
어떤 바에 들어왔다. 다른 곳에는 모두 마감하고 있었고 유일하게 늦게까지 영업하는 곳이었던 걸로 기억한다. 솔직히 덜큰하게 취한 상태여서 이름도 위치도 모르겠다. 인상적이었던 "Save Water. Drink Champagne." 문구.
맥주를 시키고 테이블에 앉기가 무섭게 엄청난 사람들이 들이닥쳤다. 우리처럼 옥토버페스트에 갔다 2차로 온 모양이다.
여기서도 이야기 꽃을 피우며 우리의 옥토버페스트 둘째날이자 마지막날을 마무리했다. 같은 테이블에 앉은 인연으로 알게된 A와 M. 말도 잘 통하고 친절했던 이 둘 덕분에 자칫 여행자의 시선만으로 끝내버릴 뻔했던 짧은 뮌헨 여행에 조금 더 깊은 의미가 담겨졌다. 여행하며 늘 느끼는 것이지만, 랜드마크를 직접 본 것보다 현지인들과 어울렸던 시간은 다양한 생각과 관점을 공유하며 더 알아갈 수 있기에 기억에 더 남는 것 같다.
지친 몸을 이끌고 꾸역꾸역 메트로를 타고 호텔에 도착하자마자 또 뻗어버렸다. 다음날은 뮌헨 시내에 있는 호프브로이에 갔다. 다음 포스트에 계속!
옥토버페스트 관련 포스트 ▼
뮌헨 관련 포스트 ▼
하트♡나 댓글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로그인 없이 가능해요. :D
↓ ↓
'EUROPE > GERMANY + AUSTRIA' 카테고리의 다른 글
뮌헨 여행|데이 티켓 & 바이에른 티켓 & 대중교통 노선도 총정리 (8) | 2017.12.13 |
---|---|
뮌헨 호텔|레오나르도 호텔 뮌헨 시티 웨스트 (Leonardo Hotel München City West) 상세 후기 (0) | 2017.12.13 |
뮌헨 여행|호프브로이하우스 (Hofbräuhaus München) & 빅투알리엔 시장 (Viktualienmarkt) (0) | 2017.12.12 |
뮌헨 여행 & 맛집|학센바우어 (Haxnbauer) & 마리엔 광장 (마리엔플라츠 / Marienplatz) & 신시청사(Neues Rathaus) (0) | 2017.12.01 |
뮌헨 여행|드디어 꿈에 그리던 옥토버페스트에 가다! Day1 (Oktoberfest 2017) (5) | 2017.11.29 |
뮌헨 여행|다하우 강제 수용소(Dachau Concentration Camp Memorial Site) & 가는 법 (2) | 2017.11.18 |
뮌헨 여행|아우구스티너 켈러(Augustiner-Keller) & 뮌헨 클럽 파차(Pacha) (0) | 2017.11.1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