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년 1월 현재 영구적으로 문을 닫았다고 하네요. ㅠㅠ
한국 음식 하면 김치, 덴마크 음식 하면 스뫼레브뢰드! 스뫼레브뢰드(Smørrebrød)는 덴마크 전통 음식으로 거친 호밀 빵 위에 다양한 재료를 올린 오픈 샌드위치다. 우리도 덴마크 사람들처럼 점심으로 스뫼르브뢰드를 먹기 위해 Øl & Brød로 왔다. Øl & Brød는 전통 맛은 유지하면서도 새로운 재료와 기법을 통해 모던함을 가미한 스뫼레브뢰드 전문 레스토랑으로 덴마크 유명 브루어리인 Mikkeller brewery에서 만들었다. 우리 숙소인 어반 하우스 호스텔에서 걸어서 5분 거리라 쉽게 찾아올 수 있었다.
유명 브루에서 만든 레스토랑이라 그런지 맥주 컬렉션은 최고다. 뿐만 아니라 덴마크 및 외국산 술과 슈냅스도 제공한다.
Øl & Brød는 말 그대로 Beer & Bread 즉 맥주와 빵이다. 이 레스토랑은 두 명의 젊은 셰프가 운영하는데, 2013년 덴마크 오픈 샌드위치 챔피언쉽에서 우승한 Søllerød Kro 레스토랑에서 일했던 쉐프들이다.
스뫼르브뢰드는 처음이라 양이 얼마 될지 몰라, 우리는 또 직원에게 도움을 청했다. 덩치 크고 순박했던 웨이터 청년은, 두 명이서 보통 3-4개를 시키면 된다고 말해줬다. 지난번 코포코 레스토랑에서도 웨이트리스가 이렇게 말했었던 기억이 난다. 적은 양의 음식을 한 접시에 담는 것이 뉴 노르딕 스타일인가.
어쨌든 배가 무진장 고팠기 때문에 총 4개를 시켜 먹어보기로 했다. 다른 테이블을 슬며시 둘러보니 점심시간부터 스뫼르브뢰드랑 함께 맥주를 마시는 사람들이 꽤 많았다. 역시 남자 친구도 맥주 한 잔을 주문했고, 나는 남자 친구 맥주를 몇 모금씩 뺏어 마시며 스뫼르브뢰드와 함께 먹어보기로 했다.
Eggs with mayonnaise, shrimps and pickled cucumber. 105 DKK.
처음으로 먹어보는 스뫼르브뢰드! 새우 덕후이니 새우로 시작해보기로 했다. 오픈 샌드위치라 재료가 다 보여서 그런지 비주얼부터 장난 아니다. 어쨌든 포크와 나이프로 한 조각을 썰어 맛보았는데, 가장 먼저 드는 생각은 "빵맛이.. 이게 뭐지?"
내가 주로 먹어왔던 빵의 질감이 아니다 보니 의아했다. 스뫼르브뢰드에 들어가는 호밀빵 질감이 거칠고 특이하다는 것은 이미 여행책자를 통해 익히 알고 있었으나, 직접 먹어보니 정말 이렇게 거칠 줄은 상상도 못 했다. 말라버린 브라우니 알갱이 하나하나를 씹는 느낌이랄까. 하지만 계속 먹다 보니 이 거친 빵맛에 익숙해지긴 한다.
주재료는 계란, 마요네즈, 새우와 오이피클. 피클은 우리나라에서 흔히 보는 수제피클보다 조금 덜 신맛이 나고 달아서 짭조름한 새우랑 잘 어울렸으며 빵 위에는 마요네즈가 발라져 있어 계란과, 피클, 새우와 다 같이 먹을 때도 본연의 맛을 해치지 않아 좋았다.
저기 무순같이 생긴 푸른색 야채는 'cress'라고 하는데 덴마크 식당에서 자주 봤다. 딱히 특별한 맛은 없고 다른 재료와 같이 먹으면 신선한 느낌이다.
Herring pickled in elderflower with egg, mustard, capers og cress. 90 DKK
머스터드 소스로 덮인 절인 청어와 그 위로는 양파, 케이퍼와 cress가 있다. Cress는 저렇게 길쭉한 것이 아니라 아까 위에서 본 무순같이 생긴 것인데, 아마도 메뉴 이름이 잘못되어 있는 것 같다.
청어 하면, 예전 네덜란드에 살 때 현지 친구들이랑 먹던 'Haaring'이 생각난다. 네덜란드 전통 음식인 절인 청어로, 비린내도 안 나고 맛있었던 기대 이상의 음식이었다. 여기 청어도 비린내가 전혀 나지 않고 부드럽다. 머스터드 소스를 듬뿍 묻혀 케이퍼와 양파랑 같이 먹으니, 생선 맛이 조금은 감춰지고 아삭해서 더 담백한 맛이 났다. 맛있긴 하지만 아마 우리나라 사람들은 익숙하지 않은 맛이라 호불호가 갈릴 것 같고 네덜란드 사람들은 엄청 좋아할 것 같다.
두 개의 스뫼르브뢰드를 맛있게 먹고 다음 음식이 나오기를 기다리고 있었다. 이곳은 조명이 환하게 밝지 않다. 게다가 모든 식탁이 어두운 색에다 그 위에는 긴 전등이 달려있는 모습이라, 하얀 접시에 음식이 식탁 위에 놓이면 음식이 마치 스포트라이트 받는 주인공처럼 보인다.
'휘게 라이프 (Hygge Life)'라는 책을 보면 덴마크 사람들은 휘게를 중요시 여긴다고 한다. 편안하고 따듯한 그리고 안정감이 있는 느낌이나 분위기를 '휘게'라고 한다. 이 휘게에 중요한 것 하나가 조명이다. '휘겔릭'한 분위기를 위해, 덴마크 사람들은 너무 어둡지 않고 은은한 불빛을 내는 전등과 양초를 사용한다. 이 레스토랑 바깥에는 해가 쨍쨍한 낮이지만 레스토랑 안은 은은한 조명 아래의 휘겔릭한 분위기 속에서 음식을 맛볼 수 있는 덴마크 느낌이 물씬 풍기는 공간이다.
Chicken salad on butter fried toast with mushroom and pickled red onions.100 DKK
분위기에 취해 있는 동안 나머지 2개의 음식이 나왔다. 주재료는 버터에 구운 토스트와 치킨 샐러드, 버섯, 양파 피클. 이 빵은 아까와 먹던 빵보다는 내게 조금 더 익숙한 맛이었고 버터로 구운 토스트라 더 감칠맛이 돌았다.
마요네즈 또는 홀랜다이즈 소스 같은 것에 버무려진 치킨 샐러드는 고소하며 안에 피클과 버섯이 잘게 썰려 있어 물컹한 맛과 아삭한 맛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 덴마크에서 음식을 먹으며 계속 느끼는 것은, 덴마크 음식은 맛도 맛이지만 '식감'도 음식의 중요한 한 요소로 여기는 것 같다는 것이다.
Smoked salmon with green asparagus and scrambled egg. 120 DKK
우리의 마지막 스뫼르브뢰드. 웨이터가 분명 2명 이서는 3-4개가 적당하다고 했지만, 연어 먹기 전부터 벌써 배가 불렀다. 남자와 함께 와서 4개를 다 해치울 수 있었지, 만약 여자 2명이서 온다면 아마 2-3개가 딱인 것 같다.
마지막 스뫼르브뢰드는 훈제 연어와 구운 아스파라거스 그리고 스크램블 에그가 주재료다. 연어와 스크램블 에그라니 생각보다 특이한 조합이다. 특별한 소스는 없었던 것 같다.
보통 훈제 연어를 먹을 때면, 사워크림이나 케이퍼 또는 양파와 함께 먹는 게 익숙해져서인지 스크램블 에그와 훈제 연어의 조합은 솔직히 잘 모르겠다. 그래도 아삭한 아스파라거스와 연어의 조합은 좋았고, 대체적으로 맛있기 때문에 훈제 연어를 좋아하는 사람에겐 추천할 수 있는 음식.
이날 눈뜨자마자 Øl & Brød에서 포식하며 맥주도 홀짝홀짝 곁들여 먹으니 내가 마치 덴마크 사람이 된 느낌이다. 코펜하겐을 여행하는 동안, 점심 식사로 아니면 점심과 저녁 사이 약간 출출할 때, 이곳 스뫼르브뢰르로 배를 채우면 좋을 것 같다. 저녁에는 요리도 제공하니 저녁시간에 와도 괜찮다. 또한 유명한 Mikkeller bar 근처에 위치해 있기 때문에 미켈러 바에 오면서 잠시 들려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배부르게 먹은 우리는 기차를 타고 인어공주 동상과 그 근처 분수로 향했다. 다음 포스트에 계속.
|Øl & Brød 메뉴판
|Øl & Brød 위치
주소 Viktoriagade 6, 1620 København, Denmark
운영시간 화-일: 12-10 PM / 월: 휴무
웹사이트 ologbrod.dk
전화 +45 33 31 44 22
|코펜하겐 4일 차 여행 코스
Øl & Brød - Kastellet - Den Lille Havfrue(인어공주 동상 / The Little Mermaid) - Gefionspringvandet (Gefion Fountain) & St Alban's Church - Amalienborg (아말리엔보르 성) - Nyhavn(뉘하운) - Strøget 거리의 Ole Mathiesen (올레 마티센) & 일룸(Illum) - Tigh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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