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ERNITY/PREGNANCY

미국 임신|임신을 결정하기까지

Calisol 2021. 2. 26. 15:14

생활 한복 뉴욕 여행 브루클린 브릿지 커플 사진

 

나와 남편은 아이와 함께하는 삶을 살고 싶어 했다. 그렇지만 결혼했으니 바로 아이를 가져야 한다는 생각은 없었고 우리 둘 다 마음의 준비가 어느 정도 되었을 때 그때 갖자고 정했다.

 

마음의 준비는 남편 덕분에 아주 서서히 되어갔다. 남편과 나는 연애를 꽤 오래 했지만 신기하게 결혼하고 같이 살면서 더욱 애틋해지고 좋아졌는데, 같이 살면서 '이 사람은 정말 좋은 아빠가 될 거야.'라는 확신이 생겼고, 이 사랑하는 사람의 아이를 가지고 싶다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남편도 나와 똑같은 생각이었다고 한다.

 

남편은 나보다 아이 키울 준비가 먼저 되었다. 우선 남편은 워낙 가정적인 사람이다. 또 일한 지 오래돼서 자리가 안정적으로 잡힌 상태고, 나보다 나이도 많다. 한 번씩 얼굴엔 미소를 가득 띤 채로 아기 안는 시늉을 하며 "자기랑 우리 아기랑 다 같이 있으면 얼마나 더 행복할까"라며 말하곤 했다. 반면 나는 아직 이르다고 생각했다. 직업적으로도 안정되지 않았고 아이를 좋아하는 편도 아니었다. 여행도 많이 다니고 우리가 좋아하는 걸 하고 다니는 우리 둘만의 삶이 너무나도 재미있고 행복했다.

 

나는 임신과 육아에 두려움이 많았다. 내가 가진 나쁜 생활 습관들을 다 고쳐야 한다는 압박감, 몸이 망가질 거라는 두려움, 아기가 잘못될 수도 있다는 걱정, 아기가 생기지 않을 수도 있다는 가능성, 출산의 고통, 모성애가 생기지 않을 거란 불안감, 자유롭게 여행을 못할 거라는 점, 내가 하고 있는 일을 쉬어야 한다는 점, 하고 싶은 일을 마음껏 하지 못할 거라는 점, 지금 당연시 누리고 있는 걸 못할 거라는 점 등등. 그리고 무엇보다 난 자기중심적이고 부족한 어른이라 생각하고 있기 때문에 이런 내가 한 생명을 책임지고 어떻게 올바르게 키우고 많은 사랑과 관심을 줄 수 있을 까에 대한 고민이 가장 컸다.

 

 

 

 

캘리포니아 로드트립 데스밸리 국립공원 여행 페도라를 쓰고 카메라 든 포토그래퍼

 

재작년 여름, 남편은 임신 준비를 언제 할거냐며 슬슬 얘기를 꺼내기 시작했다. 마음의 준비는 조금씩 되었지만 선뜻 임신 준비할 용기가 나지 않았다. 당시 내 일이 마음속에 가장 걸렸다.

 

나는 캘리솔 포토그래피라는 샌프란시스코 스냅을 운영하고 있다. 포토그래퍼로 활동하며 조그마한 사업을 운영하는 일은 나랑 너무나도 잘 맞았다. 내 일을 무척 좋아했고 내 시간과 열정을 여기에 한껏 쏟아부었다. 당시 사업을 운영한 지는 1년 남짓이었는데 운 좋게도 잘되고 있었고 더 성장시키고 싶은 욕심이 컸다. 그러니 임신과 육아로 인해 커다란 가치를 두고 있는 내 일을 그만두어야 하고 그동안 열심히 쌓아온 모든 것이 정체될 생각을 하니 속상했다. 조금만 더 일하면 마음의 준비가 확실히 될 것만 같았다.

 

하지만 그 '조금만'이 언제가 될진 나자신도 몰랐다. 그저 임신을 더 미루고 싶은 핑계였을지도 모른다. 계속 미루는 것도 남편한테 미안했다. 남편은 많이 양보하며 날 생각해 주는데 난 너무 내 생각만 고집하는 것 같아 이제는 결정해야겠다고 생각했다.

 

어느 날 집 근처 자주 가는 아이리쉬 펍에서 맥주를 마시며 이야기를 나눴다. 19년 겨울부터 본격적으로 임신 준비를 해보자고. 그리고 몇 가지 제안을 했다. '독박 육아는 할 수 없다. 아이보다 나를 더 사랑해야 한다. 임신하기 전에도 아이가 있어도 여행을 많이 다녀야 한다. 임신을 하면 술을 못 마시니 내가 좋아하는 맥주를 여한 없이 마실 수 있도록 옥토버페스트에 한번 더 다녀오자. 그리고 디톡스 기간을 거치고 본격적으로 준비하자!' 남편은 당연한 거니 걱정하지 말라하였다. 우린 잘할 거고 나는 좋은 엄마가 될 거라고 말했다. 남편은 눈가가 촉촉해진 채로 내 손을 잡으며 뽀뽀해 줬다.

 

 

 

 

 

재작년 겨울. 여행도 많이 다녔고 옥토버페스트에선 물보다 맥주를 더 많이 마시고 왔다. 술 디톡스 기간을 가지는 건 아쉽게도 실패하고 말았지만, 슬슬 임신을 준비할 시간이 되었다. 하지만 사실 그때까지도 임신에 대한 확신이 서지 않았다.

 

산전 검사를 위해 산부인과에 갔다. (사실 임신을 위한 검사라기보다는 정기 첵업이지만, 임신 상담도 받았으니 산전 검사라고 부르겠다.)

 

산부인과 의사 선생님은 60대 정도 되어 보이는 따뜻하고 푸근한 인상을 지니셨다. 사운드 오브 뮤직에 나왔던 줄리 앤드류스를 무척이나 닮으셨던 의사 선생님은 너무나도 친절하고 따뜻하셨다. 내가 걱정하는 부분을 하나하나 차분하게 잘 들어주고, 이에 대해 구체적으로 답변해 주었다.

 

검사는 아무 이상이 없다고 했다. 선생님은 임신한다고 모든 것을 바꿔야 할 필요가 없다고 하셨다. 원래대로 생활하되 조금 더 건강하게 생활하고 신경을 조금 더 써야 할 뿐이라 했다. 인터넷상의 사람들의 말에 괜히 겁먹거나 두려워하지 말라며 한 책자를 건네주셨다. 다니고 있는 산부인과의 의사들이 연구해서 낸 책자인데 이걸 읽어보라고 하셨다.

 

선생님께서는 "임신은 어떤 사람은 빨리될 수도 있고 어떤 사람들은 늦게 될 수가 있지만 보통 1년 내에는 된다"라고 하셨다. 스트레스받지 말고 자연스럽게 준비하는 게 중요하다며 강조하셨다. 가임기에 맞추되 배란일 테스트기를 사용하는 건 추천하지 않으셨다. 배테기 사용은 더 스트레스를 줄 수 있고 이걸 쓰지 않아도 임신이 될 거라 하셨다.

 

임신 준비한 지 1년이 넘었는데도 임신이 되지 않는다면 그때 다시 와 보라 하셨다. 마지막으로 선생님은 임신과 육아로 인해 생활이 많이 바뀔 것이지만, 아이와 함께하는 삶도 지금처럼 즐거울 거고 가치가 있을 거라고 말씀하셨다. 갑자기 책상에 놓여있는 의사 선생님의 활짝 웃고 있는 가족사진이 눈에 들어왔다. 이 따뜻하고 친절한 의사 선생님과의 만남은 내게 더욱 확신을 주었다.

 

이에 더해, 남편은 내가 두려워할 때마다 우린 잘할 수 있을 거라며 용기를 줬다. 남편과 함께한 시간을 돌이켜보면 그동안 나는 많이 성장해 왔다. 그러니 미래에는 지금보다는 더 성장해 있을 거란 생각이 들었다. 또 임신과 육아가 지금 당장은 힘들고 무서운 일이라고 생각할지 몰라도, 남편과 함께라면 더욱 든든할 거고 시간이 가면 갈수록 익숙해지고 나아질 거란 생각이 들었다.

 

또 내게 너무나도 낯선 주제였던 임신과 육아 정보를 읽으며 차근차근 알아가다 보니 점점 두려움에서 친근함으로 변해갔다. 내 걱정거리들은 서서히 긍정적인 생각으로 변하였고 임신 준비에 더욱 적극적으로 바뀌었다.

 

 

 

 

5개월 남자 아기 터미 타임

 

현재 5개월 아기가 있는 초보 엄마가 되었다. 나는 "아! 모성애가 이런 느낌이구나!"를 살며시 느끼기 시작하며 이제는 우리 아들 없이는 살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사랑스러운 아들 얼굴을 보고 있자면 내가 왜 그토록 무섭고 두려워했을까 생각이 든다. 물론 5개월 밖에 안된 아기이고 나는 여전히 모르는 것도 많고 경험하지 않은 것도 많고 무섭고 두려운 것도 많다. 무엇보다 끝없는 육아와 집안일은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나 나를 많이 힘들고 지치게 만든다. 그렇지만 분명한 건 지금 인생에서 더할 나위 없는 새로운 행복을 즐기고 있다는 것! 

 

남편과 나는 육아를 하며 싸우기도 정말 많이 싸웠다. 하지만 우리는 더욱 돈독해졌고 더 사랑하게 되었다. 육아에 대해 함께 계획하고 참여하고 고민하고 해결하면서 아기가 건강하게 잘 자랄 수 있도록 우리 방식대로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 남편이 좋은 아빠가 될 거란 내 생각은 맞았다. (적어도 지금까지는 좋은 아빠라고 자부할 수 있다!) 아기가 어린이가 되고, 청소년이 되고, 성인이 되며 자라는 과정을 나와 남편이 함께 경험할 생각에 너무나도 설렌다. 또 아이가 커서 독립하고 나면 다시 돌아올 우리 둘만의 삶도 기대된다.

 

감정이 이입되어 글이 주절주절 길어졌다. 여하튼 미국에서 본격적으로 어떻게 임신을 준비했는지는 다음 포스트에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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