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결혼식 문화｜미국인 친구의 인도 결혼식에 가다! Part 2 본식

 

이번엔 인도 결혼식이다!! 신랑은 인도계 미국인 신부는 유럽계 미국인이라 미국식과 인도식이 혼합된 흥미롭고 아름다운 결혼식이었다. 우리 남편은 신랑과 같은 로스쿨과 로펌에 다니며 친해진 사이라 신랑 쪽 게스트로 참석하게 되었다.

 

 

 

 

 

 

 

 

전날 밤 리허설 디너에 이어 본식은 Walnut Creek에 있는 The Clubhouse at Boundary Oak에서 열렸다. 이미 많은 사람들이 일찍부터 와 있었고 맨 앞줄 이외에는 앉을 곳이 없었다.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맨 뒤에 서서 구경해야 했다. 인도 결혼 풍습을 따른 예식이라 순서가 정말 많았는데 다행히도 팸플릿을 참고하며 예식을 지켜보았다.

 

 

 

 

 

결혼식의 꽃 신부 입장! 전날 밤 리허설 디너에서 사람들은, 과연 신부는 웨딩드레스를 입을지 인도 전통의상을 입을지 궁금해했다. 나는 전통 의상에 한 표였는데, 역시 신부는 본식에서 인도 국기가 연상되는 주황색과 초록색의 전통 의상을 입었다. 맞췄다!

 

보통 미국 결혼식에는 같은 색 옷을 맞춰 입고 신랑 신부 옆을 지키는 브라이즈메이드(bridesmaids)와그룸스맨(groomsmen)이 있지만, 이번 결혼식에는 따로 없었다. 그 대신 신부는 친구, 여동생, 남동생과 함께 입장했고, 남동생은 초록색 인도 전통의상을 갖춰 입었다.

 

 

 

 

 

신부 어머니도 신부 남동생과 같은 초록색 드레스를 입으셨다. 이 모습을 보고 갑자기 걱정되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내 드레스도 초록색이었기 때문! 우리나라에선 신부에 대한 예의로 여성 하객들은 하얀 계열의 옷을 피하는 것처럼, 미국 결혼식에도 드레스 코드 에티켓이 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와 마찬가지로 하얀 계열, 시선을 사로잡는 화려하고 강렬한 디자인이나 컬러, 청바지, 캐주얼한 옷차림 등을 입는 걸 피하는 것 말이다.

 

이에 덧붙여 브라이즈 메이드 드레스와 같은 색을 피해야 된다는 말도 들은적이 있었다. 나는 초록색 드레스를 입었는데 문득 내 의상이 결혼식에 실례되는 게 아닌가 걱정되었다. 다행히도 남편과 친구들이 말하길, 이 결혼식은 브라이즈 메이드 자체도 없는 데다가 가족 중 2명만 입었기 때문에 걱정할 필요가 없다고 했다. 그리고 브라이즈 메이드가 있다고 해도, 초대할 때 미리 알려주지 않는 이상 하객이 결혼식 색을 알 수 없기 때문에 예의에 어긋나지 않는다고 했다. 휴 다행이다.

 

 

 

 

 

처음 참석하는 인도 결혼식이라 예식을 지켜보는 건 무척 흥미로웠다. 빨간 옷을 입은 주례의 말에 따라 예식이 진행되었다. 주례가 힌디어로 기도문을 읽으면 하객도 따라 읽는 것도, 주례가 신랑 신부의 스카프를 하나로 이어주고 신랑 신부가 불 근처를 빙빙 도는 것도, 신랑이 신부 2번째 발가락에 반지를 끼워주는 것도 모두 다 처음 접하는 장면이라 그저 신기하기만 했다.

 

인도 문화가 낯선 신부 가족들의 실수를 보는 것도 재밌었다. 이 모습을 보니 한국에서 올렸던 우리 결혼식이 떠올랐다. 부모님께 절을 하는 부분에서 우리 남편은 부모님께 절을 2번 했었는데, 외국인 신랑의 실수가 재미있었는지 우리 부모님을 포함해 모든 하객들은 박장대소했다. 이 에피소드는 아직까지도 재밌는 안주거리가 되고 있다. 남편 말로는 어머니에게 한 번, 아버지에게 한 번, 이렇게 총 2번 해야 하는 건 줄 알았다고 한다. 하핫.

 

 

 

 

 

날 봤던 의상 중에 제일 예뻤던 하늘색 실크와 붉은 스카프. 신랑의 친한 친구였는데 선글라스도 하늘색으로 맞춘 센스가 돋보였다.

 

 

 

 

 

오후 4시, 그늘이 없는 햇빛 쨍쨍한 곳에서 길고 긴 예식을 온전히 집중하는 건 힘들었다. 하객들도 모두 팸플릿을 부채 삼아 부채질을 하거나 햇빛을 가리기에 여념이 없었다. 그 와중에 발견한 선글라스를 쓴 귀여운 아기.

 

 

 

 

 

인도 전통 의상을 입은 애기들은 누구인가 했는데 신부 언니의 아이들이었다. 신부 드레스처럼 초록색과 주황색을 갖춰 입은 꼬마 형제

 

 

 

 

 

이 주황색 옷 입은 애기는 지루한지 돌아다니면서 나뭇잎을 따며 우리에게 선물로 주기도 하고 장난치거나 아예 이렇게 바닥에 드러눕곤 했다.

 

 

 

 

 

결혼식은 신부가 결혼식장에 숨겨놓은 신발을 신랑이 찾는 것으로 끝이 났다. 재밌는 인도 결혼식 문화 중 하나인데, 신랑이 생각보다 신발을 빨리 찾아서 하객들은 모두 놀랬다. 이후 신랑 신부는 행진을 한 후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골프카를 타고 나갔다. 하객들도 이제 모두 피로연(리셉션) 장소로 갈 차례다!

 

 

 

 

 

예식 장소에서 3분 거리에 있는 피로연 장소로 들어왔다. 복도에는 이렇게 선물함과 코끼리 장식 2마리가 있었다. 이 선물함에 결혼 축하 카드와 축의금을 넣으면 된다. 우리는 온라인으로 축의금을 전달할 거라 패스.

 

 

 

 

 

본격적인 디너에 앞서 칵테일 아워(cocktail hour)가 시작되었다. 여기서 술을 마시며, 웨이터와 웨이터리스들이 들고 다니는 핑거푸드를 집어 먹었다. 따가운 햇빛에 지친 우리는 에어컨이 빵빵한 이곳이 천국이었다. 테이블에 앉아 시원한 맥주를 마시며 하객들을 쓱 둘러보았다. 신랑 신부가 다인종 커플이라 그런지 하객들도 보니 다인종 커플이 정말 많았다.

 

 

 

 

 

 

 

 

테라스로 나와보았다. 인공으로 만든 골프장이지만 배경이 예뻐 우리 사진도 같이 찍었다. 이번에 입은 드레스는 예전 구글 신년 파티에 입었던 브랜드인 Badgley Mischka. 딱 내 스타일의 깔끔한 머메이드 드레스가 소재별로 색상별로 많아서 애정 하는 브랜드! 허리는 조금 크지만, 입으면 몸을 착 감싸주는 그 느낌과 몸매를 돋보이게 만들어주는 드레스.

 

 

 

 

 

전날 밤 리허설 디너에서 받았던 헤나.

 

 

 

 

 

본격적인 디너파티가 하는 곳으로 들어왔다. 가운데에 있는 댄스 플로어를 중심으로 신랑 하객과 신부 하객 테이블이 나눠져 있는, 흔히 볼 수 있는 미국 결혼식 리셉션 장소였다. 우리는 복도에 있던 테이블 좌석표에 적힌 대로 테이블에 앉았다. 우리 테이블 사람들은 신랑의 로스쿨 동기들이었다.

 

미국 결혼식에서는 보통 하객들에게 선물을 준다. 이 결혼식에서는 테이블에 놓여 있었는데 선물은 인도식 과자였다. 공부할 때 꼈던 3M 이어 플러그 같이 생겨서 뭔가 했었는데 맛은 흠...

 

 

 

 

 

저녁 식사가 시작되기 전 신랑 신부는 테이블마다 돌아다니면서 고맙다고 인사를 하고 이렇게 단체사진을 찍기도 했다. 신랑은 양복으로 신부는 웨딩드레스로 갈아입고 왔다.

 

 

 

 

 

디너는 뷔페로 마련되었다. 테이블 번호가 호명되면 받으러 갈 수 있었다. 허기진 우리는 번호가 호명되자마자 복도에 있는 뷔페로 가서 음식을 골고루 받아왔다.

 

 

 

 

 

저녁 식사 후에는 케이크 커팅식을 했다. 두 손잡고 케이크를 같이 자르고 한 숟갈 떠서 서로에게 먹여주는 사랑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커팅식이 끝나고 신랑 신부 그리고 가족들의 축사가 이어졌다. 내내 근엄한 모습을 보여주던 신랑 아버지는 백인인 신부를 맞아들이기까지의 에피소드를 찰지게 말씀하셔서 하객들의 웃음은 끊이지 않았다. 처음엔 인도 여자가 아닌 백인 여자라서 별로였지만 그냥 백인이 아니라 '아메리칸 닥터'라서 두 팔 벌려 환영했다며, 그런데 만나면 만날 수록 정말 착하고 좋은 사람이라서 자기 아들에게 완벽한 신부라고 말했다.

 

 

 

 

 

결혼 후 신랑 신부의 첫 댄스 타임(first dance).

 

 

 

 

 

신랑신부의 춤이 끝나면 보통 신부 + 신부 아버지와 신랑 + 신랑 어머니 댄스 타임이 시작하는데 이 부분은 생략되었다. 흥겨운 노래가 흘러나오더니 친구들도 한 명씩 모여들며 본격적인 댄스타임이 시작되었다.

 

 

 

 

 

우리는 무대에서 춤 좀 추다가 파티와 결혼식에서 빠질 수 없는 포토부스로 왔다.

 

 

 

 

 

웃긴 소품들을 장착하고 웃긴 포즈를 취하며 엽사를 찍었다. 사진 1장은 우리가 갖고 1장은 방명록에 붙이며 축하의 말을 남겼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무대로 나와 춤을 추고 있었다. 그나저나 신랑 친구들 정말 잘 놀더라. 나도 나름 흥부자임을 자부하는데, 이 친구들은 흥 레벨 자체가 남달랐다. 특히 발리우드 음악이 나올 땐 흥 대폭발이었는데, 처음 보는 이런 광경이 어찌나 신기하고 재밌던지!

 

 

 

 

이틀 동안 아름다운 전통 의상을 입은 인도 사람들과 섞여 있던 탓인지 인도 옷과 음악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집에 돌아와서는 유튜브에 발리우드 노래를 틀고 춤을 췄을 정도니깐 말이다. 어쨌든 잠시나마 인도 문화를 경험하고 인도인들의 흥을 느낄 수 있었던 잊지 못할 아름다운 결혼식이었다. 초대해준 새신랑 새신부에게 고마움을 전하며 인도 결혼식 포스트는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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