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커플은 다시 롱디가 되어 나는 한국에 남자 친구는 미국에 지내고 있다. 작년 12월에 남자 친구가 한국에 방문했을 적, 우리 부모님과 함께 진널해벽에 클라이밍을 하러 갔던 이야기를 포스팅하려 한다.
남자 친구는 미국에서 취미로 실내에서 클라이밍을 하고 있고 우리 아빠도 등산학교를 졸업할 정도로 등산과 클라이밍에 관심이 많다. 아빠가 다녔던 부산등산학교에는 정기적으로 클라이밍 모임을 하고 있다. 그래서 남자 친구가 한국에 있는 날에 맞춰 정기모임에 같이 참여하기로 했다.
진널해벽까지 가는 길은 아직까지 정비가 잘 안되어 주차를 하기도 입구를 찾기도 애매했지만 여차저차 잘 도착했다. 바다를 오른쪽으로 끼고 수풀과 바위를 지나니 진널해벽의 모습이 보였고 그 아래엔 미리 도착한 멤버들이 보였다.
한국에도 이런 곳이 있었나 할 정도로 진널해벽 주변은 너무나도 이국적이고 아름다웠다. 물도 아주 맑아서 물 속도 잘 보였고 그 위로는 구멍이 뽕뽕 난 신기하게 생긴 돌멩이들, 직각으로 깎인 바위들이 있었다.
이 날은 날씨도 꽤 흐리고 중간에 비도 자주 왔다. 하지만 그 나름의 운치가 있었다.
슬슬 클라이밍 시작 준비하기!
친절하게도 등산학교에서 하네스, 로프, 안전모 등 필요한 장비를 모두 빌려주었다. 미국에서 여기까지 장비들을 따로 들고 올 필요 없이 신발만 들고 와도 돼서 좋았다.
멋쟁이 아저씨. 모자와 옷이 묘하게 잘 어울렸다.
다른 멤버 아저씨께서 초크도 빌려주셨는데, 초크통이 너무 귀여웠다! 대장인 노란색 패딩 입은 아저씨께서 클라이밍에 관한 전반적인 것들에 대해 도와주셨다. 대장 아저씨는 무뚝뚝한 인상과는 달리 친절하고 꼼꼼하게 도와주시고 안전을 제일 중요시하셨다.
남자 친구는 이 날 클라이밍 잘한다고 등산학교 멤버들한테 칭찬을 많이 받았다. 남자 친구는 내게 '나는 클라이밍 잘하는 편'이라며 늘 자랑하곤 했었고, 그때마다 나는 뻥치지 말라고 혼자만의 생각을 말하지 말라며 농담하곤 했었다. 하지만 이번에 내가 있는 곳에서 직접 다른 사람들로부터 칭찬을 들으니, 남자 친구는 자신의 말이 증명이라도 된 듯 우쭐해했다.
한 차례 클라이밍을 끝낸 후, 점심을 먹고 있는데 갑자기 소나기가 내려서 동굴 밑으로 대피해야 했다. 역시 야외에서 만들어 먹는 점심은 꿀맛이었다!
열정 넘치는 남자 친구와는 달리 클라이밍에 별로 관심 없는 나는 엄마랑 수다 떨거나 사진 찍거나 사람들 하는 걸 지켜보기만 했다. 그러나 밥을 먹어서 당이 충전되고 덜 추워져서 그런가 갑자기 하고 싶은 충동이 막 들었다.
사실 미국에 있을 때 볼더링을 몇 번 해 본 적이 있다. 클라이밍 하면서 느꼈던 건, 클라이밍 하는 것은 그리 잘하지도 못하지도 않지만 체력이 부족해 빨리 지치고 고소공포증 때문에 내려올 때 힘들다는 것이다. 이번에는 실내 볼더링도 아니고 진짜 암벽에다가 또 볼더링보다 훨씬 더 높은 곳을 올라가야 한다는 생각에 무서웠다. 하지만 이왕 여기까지 왔으니 한번 해보자라고 마음먹었다.
쉬운 코스를 선택해 열심히 올라갔다. 하지만 여기까지가 내 한계였다. 사진상으로는 꽤 높아 보이지만 실제로는 아마 한 1.5m 됐을 라나? 김자인 같은 언니가 빌려준 명품 클라이밍화를 신은 데다 생각보다 홀드 찾기도 쉬워서 잘 올라가고 또 재밌었다. 하지만 문제는 바로 고소공포증!
올라가면서 밑을 한 번 쳐다봤는데 그 이후로 급격히 무서워졌다. "힘 빠져서 떨어지면 어떡하지?" "내려올 때 어떻게 내려오지?"라는 걱정이 머릿속에 떠나질 않았다. 물론 밑에서 사람이 내 로프를 잡고 있기 때문에 떨어질 일도 전혀 없고 설사 떨어진다 해도 안전모를 써서 다칠 일도 없지만 이 놈의 마음은 자꾸 걱정만 하게 되더라. 어쨌든 맛보기로 한 번 올라갔다 오며 추운 겨울에 땀 한 번 흘리니 기분은 좋았다!
점심식사 후 다시 또 시작된 클라이밍!
바다 색깔이 참 이쁘다. 색상 보정 없이 단지 HDR로 찍은 건데 실제로 봐도 정말 저 색이다. 제주도도 아닌 그것도 삼천포에! 이런 색깔의 바닷물이 있다는 게 계속 놀랍기만 했다. 여름에 여기로 휴가 오고 싶다.
클라이밍 초보인 나는 저게 도대체 뭔 말인가 했다. '저 촌스러운 이름은 대체 뭐야'라고 생각했는데, 알고 보니 각 클라이밍 코스의 이름이었고, 밑에 숫자와 알파벳은 난이도를 말하는 것이었다. 클라이밍 하는 사람들은 다 아는 것을 나는 이상한 낙서라고 오해를 했었다.
아빠 덕분에 예쁘고 신기한 장소도 알게 되고 친절한 등산학교 멤버들과 함께 클라이밍 하며 어울릴 수 있는 기회를 가질 수 있어서 좋았다. 암벽 클라이밍도 처음 해 보고 맛있는 점심도 먹으니 마치 여행하는 기분이 들었다.
내겐 아직 이놈의 고소공포증 때문에 클라이밍에 정을 붙이기는 힘들 것 같다. 다음에 또 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두려움을 이겨내고 꼭 한 번은 암벽 위까지 올라가 보고 싶다.
|진널해벽 위치 & 가는 법
진널해벽은 꼭꼭 숨어 있다. 내가 지도에 표시한 위치가 정확한 위치인지는 모르지만 그 근방이다.
진널해벽은 진널 전망대 남쪽에 있다. 진널전망대 왼쪽으로 나 있는 길을 끝까지 가서 주차하고, 그곳에서 바다를 오른편에 끼고 걸어가면 된다. 가는 길이 정비되어 있지 않아 조금 불편하지만 도착하면 멋있는 풍경을 만날 수 있다! 참고로 화장실은 진널전망대에서 해결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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