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ATERNITY/MOTHERHOOD

미국 육아|한국인 엄마 미국인 아빠, 우리 2살 아이는 어떤 언어를 할까?

Calisol 2023. 1. 20. 05:42

가을 경주 가족여행 사진 첨성대 핑크뮬리

 

아이는 영어로 말해요? 아니면 한국어로 말해요?

 

국제 부부인 우리에게 가장 많이 듣는 질문 중 하나다. 우리 만 2살 아들 (28개월)은 어떻게 말하는지 이야기해보려 한다. 

 

 

 

 

 

우선 간단하게 가족 소개를 하면, 나는 한국에서 나고 자란 한국인이라 한국어가 훨씬 편하고 유창하며 영어는 일상생활에 무리가 없는 수준정도다. 남편은 미국에서 나고 자란 미국인이라 영어가 훨씬 편하지만 한국어를 매우 잘하기 때문에 영어도 한국어도 유창하다. 우리에겐 아들 한 명이 있으며 현재 태어난 지 2년 4개월, 그러니까 28개월이 되었다. 영어를 대부분 쓰는 데이 케어에 보내고 있으며, 우리 모두 미국 캘리포니아에서 살고 있다.

 

우리 부부는 거의 95% 정도 한국어로 대화한다. 한국 사람이 한국 사람이랑 얘기하듯이 말이다. 한국어를 쓰며 중간중간 영어 문장을 넣어 쓰진 않는다. 나머지 5%는 영어 단어를 쓴다. 한국어로 말하는 영어 단어가 아닌 미국식으로 발음하는 영어 단어 말이다. 예를 들면, 대부분 명사인데, 친구 이름, 도시 이름, 이미 영어로 발음하는 게 익숙한 단어, 새로운 영어 단어 등을 영어로 말한다.

 

우리 부부는 아이에게 대부분 한국어로 얘기한다. 하지만 영어만 말하는 사람들과 같이 있을 때는, 예를 들어, 남편 가족이나 미국인 친구들, 밖에서 만나 얘기하게 되는 모르는 사람들 등을 만날 때는 영어로 얘기할 때도 있고 한국어로 얘기할 때도 있다. 

 

 

 

그래서 우리 아이는 무슨 언어를 쓰느냐?

 

놀랍게도 본인이 만든 언어를 쓴다. 아들 이름이 훈이라 우리는 이 언어를 '훈이어'라고 지칭한다. 훈이어는 한국어와 영어의 짬뽕이다. 예를 들어, 아이는 '엄마'가 한국어로 '엄마' 영어로 'mommy'라는 걸 잘 알고 있지만 대신 '미미'라는 훈이어로 말한다. 

 

물론 훈이어와 함께 영어와 한국어, 그리고 바디랭귀지도 함께 쓴다. 예를 들어 버스는 영어식으로 bus라고 발음하고, 차 (car)는 한국식으로 차라고 발음한다.

 

훈이어의 예시를 들어본다.

 

- 엄마 아빠: 미미 대디 (작년 겨울부터 한 번씩 '마미'라고 하지만 난 여전히 아이한테 '미미'다.)

- 나(me): 워스

- 할머니 할아버지: 마마 (둘 다 '마마'라고 하는데 아직까지도 우리는 구별이 어렵다.)

- 1, 2, 3: 지, 우, 파

- 기차: 추추차 ('차'에 내가 기차놀이 할 때 내는 'choo choo' 소리를 응용한 것 같다.)

- 스쿨 버스: 바 버스

- 크레인: 뷔

- 우유: 1살 때는 '츠~~'였는데 2살 시작되고나서부터 '유유'로 바뀌었다.

- 따뜻한: 땃따 (이를 응용해 따뜻한 우유는 '땃따 유유')

- 뚜뚜: 명사로는 상어, 밴드, 다친곳. 동사로는 다치다. 형용사로는 아픈. (유래는 아기 상어 노래에 뚜뚜뚜~ 하고 나오는데 거기다 아기상어가 그려진 밴드(Band-Aid)를 좋아하기 때문에 이렇게 굳어진 것 같다. 응용해서 엄마 상어는 '미미 뚜뚜', 아빠 상어는 '대디 뚜뚜', 할머니와 할아버지 상어는 '마마 뚜뚜'다.)

- 작은: 마마 (할머니와 할아버지도 '마마'지만 작은 '마마'는 첫 번째 '마'에 악센트를 넣어 작은 걸 강조한다.)

- 큰 : 우~~ (손동작까지 같이 해줘야한다.)

- 선물: 쉐우 ('차'와 더불어 제일 좋아하는 것)

- 노랑, 보라, 파랑 같은 색깔은 아무래도 데이케어에서 배워와서 그런지 모두 영어로 얘기하는데 어떤 건 제대로 잘 말하지만 어떤 건 다르게 얘기한다. 예를 들어, 보라는 '퍼플'이라고 하지만 빨강은 '롸', 초록은 '뷔' 라고 말한다.

 

 

 

 

이를 바탕으로 나름의 문장도 만든다. 아직까지는 단어만 조합하는 수준이긴 하지만 말이다. 예를 들어,

 

- 미미 나잇나잇 푸푸: 이 뜻은 '엄마가 자고 있을 때 나는 응아를 했다.'라는 말이다.

- 바바 야: 양말 벗고 싶다. 혹은 양말 벗어도 돼?라고 물어보는 것. (자매품으로 신발을 뜻하는 '슈 야'가 있다.)

 

 

아참 꾸며주는 말도 하나 넣어 쓰긴 한다. 바로 '야'다. 무언가를 찾고 있거나 부를 때 이름 뒤에 '야'를 붙여 쓴다. 예를 들어, 아이는 우리를 멀리서 부를 때면 두 손을 얼굴에 갖다 대고 '미미 대디야~'라고 한다. 이렇게 조합하는 게 웃기긴 하지만 한편으론 신기한 게, 마지막 단어 받침에 따라 뒤에 '야' 혹은 '아'가 오지 않는가? 그런데 '야'를 써야 하는 단어에서만, 그러니까 '트랙터야~, 차야~, 대디야~" 이럴 때만 '야'를 쓰는데 너무 신기하다.

 

 

 

 

바디 랭귀지 예시로는,

 

- '크다'를 표현할 때 '우~~'라고 말하며 양손을 힘껏 크게 들었다 내린다.

- 아기 상어 유튜브에서 나오는 율동 아는가? 거기서 엄마, 아빠, 할머니, 할아버지 손동작이 다 다른데 그 손동작을 사용한다. '할머니'를 말하고 싶을 땐 '마마'라고 말하며 보통 아기상어 할머니 손동작도 같이 한다. 할아버지도 '마마'인데 발음이 비슷해 나와 남편은 구별을 못한다. 그래도 이렇게 손동작도 같이 해줘서 우리는 할머니를 말하는지 할아버지를 말하는지 구별할 수 있다. 

 

 

 

 

한국어를 알아듣나 영어를 알아듣나? 

 

엄마 아빠의 영어와 한국어 모두 잘 알아듣는다. 즉, 영어 한국어 다 알아들으면서 말만 자신만의 언어로 한다. 내 생각엔 한국어를 조금 더 잘 알아듣는 것 같다. 이렇게 생각하는 이유는 한 번씩 영어로 물어봤을 때 무슨 말인지 모를 때가 있는데 이를 한국어로 바꿔 말하면 알아듣는다. 한국어와 영어의 차이를 구별하는지는 확실히 모르겠지만, 구별하는 것처럼 보인다. 그리고 보통 아이들은 아기일 때부터 언어를 구별할 줄 안다고 어느 책에서 읽은 기억이 난다.

 

예시를 들어보면,

아이는 "엄마 어딨 어?" 하면 '미미'라고 말하며 엄마를 가리키고, "엄마라고 말해볼래?"라고 물어보면 그때만 대충 '엄마' 발음을 서투르게 따라 할 뿐 다시 '미미'라고 말한다. 노란색을 '옐로'라고 말하면서도 내가 "노란색이 어딨 어?"라고 물어보면 노란색을 가리킨다. 

 

 

 

 

부모인 우리는 아이의 언어에 대해 어떻게 반응하는가?

 

아이와 우리의 대화의 예시는 아래와 같다.

 

아이: 손에 기차를 들며, "롸 추추차"

우리: "오 빨간색 기차를 들고 있구나!"

 

아이: 손가락으로 하나씩 가리키며, "쌔쑈, 트럭, 포, 땃따"

우리: "우와 우리 훈이 레미콘, 덤프트럭, 포크레인, 불도저 다 있네!"

 

아이가 자기만의 언어로 얘기했을 때, 우리는 "롸 추추차는 틀렸어. 빨간 기차라고 해야지."라고 절대 말하지 않는다. 틀렸다고 나무라거나 고쳐주지 않는다. 우리는 그저 '빨간색 기차'라는 '옳은 단어'를 써서 말할 뿐이다. 이건 우리가 봤던 책에서 추천하는 방법이었고 우리도 이렇게 반응하는 게 맞다고 생각해서 하고 있다.

 

 

 

 

한국어와 영어를 알아듣지만, 자기만의 언어로 대답하는 아이. 아이가 이렇게 자기만의 언어를 나름대로 만들어서 말하는 게 참 신기하다. 하지만 솔직히 한때는 잠시 걱정도 했었다. 주변 아이들을 보면 이렇게 하는 아이들이 없어서 괜히 더 걱정도 되었고 말이다. 그렇지만 이렇게 말하는 게 잘못되었고 발달상 문제가 되거나 걱정해야 하는 수준이 아니란 걸 알고 나서는 더 이상 걱정하진 않는다. 이 시기 아이의 언어 발달에서 가장 중요한 포인트는 부모의 말을 잘 이해하고 있는지인데 아이는 잘 이해하고 있기 때문이다. 또 아이마다 속도가 다르고 또 초등학교 들어가면 말이 폭발한다고 하는데 그때 되면 알아서 잘할 거야라고 생각하고 있다.

 

그리고 훈이어는 해석을 필요로 한다. 아이가 한 번씩 새로운 단어를 얘기했을 때면 나와 남편은 추리력 게임을 펼친다. "훈이가 아까 티라노 사우르스랑 놀면서 'xx'라고 말했는데 이거 혹시 무슨 뜻인지 알아?"라고 말하면서 서로 xx라는 단어가 뭔지 상황을 정리해 보며 추리를 한다. 이렇게 훈이어의 옳은 해석을 위해 우리는 아이가 하는 말과 행동에 더 귀 기울이고 더 많은 관심을 줘야 한다. 한국어나 영어로 바로 얘기해 버리면 더할 나위 없이 편하겠지만, 이렇게 관찰하고 해석하는 것도 은근히 재밌고 더 사랑스럽다. 내년에는 우리 아이가 어떻게 말하고 있을까? 여전히 훈이어를 쓰고 있을까? 내후년에는? 너무너무 궁금하다! 

 

 

 

외국에 살고 있는 가족이거나 아니면 저희처럼 국제부부 가족이라면, 아이와 어떤 언어로 대화하는지 아이는 어떻게 말하는지 댓글로 소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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