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UROPE/SPAIN

스페인 남부 & 테네리페 여행 인트로 그리고 시작과 동시에 폰 잃어버릴 뻔한 썰

Calisol 2018. 4. 5. 09:19

 

 

 

 

다시 스페인으로!

 

1년도 채 안돼 다시 스페인을 다녀왔다. 벌써 4번째 방문이었지만 이번엔 처음으로 스페인 남부인 안달루시아 지방과 테네리페 섬에 다녀왔다.

 

스페인을 다시 다녀오게 된건 이렇다. 작년 유럽 여행을 같이 했던 친구가 설날 연휴에 휴양지에 가자고 제안을 했고, 2월에 수영가능한 유럽 휴양지를 물색했다. 내가 가고 싶었던 몰타 그리고 친구가 가고 싶었던 테네리페 중에서 최종 결정하기로 했고, 적도에 더 가까워 따뜻할 것이라 생각한 테네리페로 정했다.

 

카나리아 제도는 알고 있었어도, 그 안의 '테네리페' 섬은 윤식당2가 아니였다면 난 몰랐을거다. 친구도 아마 윤식당2 영향에 테네리페에 가고 싶어 했을 수도 있을거다. 어쨌든 이왕 테네리페에 가는거 이후에는 혼자 다른 곳도 여행하기로 했다. 한창 몬테네그로에 가고싶다 노래를 불렀을 때인데, 테네리페에서 여기까진 시간도 경비도 많이 들어서 가까운 스페인이나 모로코 중에 가기로 했다.

 

바르셀로나에서 유학했던 남편은 스페인 남부를 다녀에 가보라며 추천했다. 도시들도 다 예쁘고, 사람들도 무척 친절하고, 음식도 싸고 맛있으니 내가 정말 좋아할 거라고. 남부에 다녀온 다른 친구들 얘기도 들어보면 다들 좋았다고 말했던 게 떠올랐다. 또 생각해보니 스페인에 아는 친구들도 꽤 많고, 스페인을 여러번 방문했어도 안달루시아 지방은 못 가봤으니 스페인을 가기로 결정했다! 

 

여행 일정의 반은 혼자 있을 거라 스페인어를 알고 가야겠다고 생각했다. 여행 한 달 전부터, 스페인어를 잘하는 남편의 도움과 스페인 회화책으로 벼락치기 스페인어를 공부했고, 만나고 싶은 친구들과 일정을 짜고 여행을 계획했다. 

 

내가 계획한 2주 반 동안의 스페인 남부 여행 코스는 이렇다.

 

샌프란시스코 (2/13) - 마드리드 (2/14) - 테네리페 (2/14 -2/18) - 세비야 (2/18 - 2/22) - 카디스 (세비야에서 당일치기) - 코르도바 (세비야에서 당일치기) - 론다 (2/22 - 2/23) - 그라나다 (2/23 - 2/28) - 마드리드 (2/28 - 3/2) - 샌프란시스코

 

며칠동안 고민고민하며 계획한 경로. 그라나다를 주말에 넣고 이동시간은 최소한으로 비용은 최대한 저렴하게 맞추어 7개 루트를 만들고 최종으로 결정했다. (상세한 경로, 숙박 등은 추후 포스팅할 예정!)

 

 

 

내 폰은 어디로?

 

샌프란시스코에서 텍사스에서 한 번 경유한 후, 13시간 반 만에 마드리드에 도착했다. 테네리페에 같이 갈 친구는 이미 마드리드에 먼저 와서 여행하고 있었고, 테네리페로 가는 같은 비행기를 탈 예정이라 나중에 공항에서 만나기로 했다.

 

비행기 타기까지 7시간이나 남았다. 이날밤에는 카니발을 즐길거라 도시에 잠깐 나가는 대신 공항에서 푹 쉬기로 했다. 출입구 근처에 있는 가판대에서 유심칩을 사고 터미널 안쪽에 있는 카페에서 차를 마셨다. 배가 고파 맥도날드로 자리를 옮겨 햄버거를 우걱우걱 먹기도 했다. 맥도날드에서 여행 계획을 짜며 시간을 때우다보니 친구가 왔다! 1년 만에 재회하는거라 너무나도 반가웠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체크인 시간이 돼서 체크인 카운터로 갔다.

 

이베리아 항공 카운터에 도착했다. 짐을 부치려고 하는데 직원이 나보고 추가금을 내야한다고 한다. 메일을 다시 확인하려 폰을 찾았다. 폰이 없다. 가방에도 옷에도.

 

갑자기 손이 떨려오고 정신은 혼미해졌다. 폰이나 지갑, 비싼 악세서리 같은건 취한 상태에도 잃어버리지 않는 성격이라 더욱 혼란스러웠다. 도난은 아닌 것 같고 내 부주의로 인해 없어진것 같아 내자신이 한심스럽기도 했다. 도심보다 안전한 공항이지만, 공항 창가쪽에 여행객이 잃어버린 것 같은 캐리어들을 들고 다니며 노숙하던 노숙자 무리의 장면이 불현듯 스쳐지나갔다.

 

친구는 마지막으로 있었던 맥도날드에 가보겠다며 얼른 뛰어갔다. 잠시후 돌아오는 친구를 보는데 손에는 폰이 없었다. 멘붕이 다시 오려고 할 때 친구는 폰을 찾았다며 웃으면서 말했다. 맥도날드 들어가서 막 폰을 찾고 있으니, 우리가 앉았던 테이블 근처 사람이 테이블 위에 놓인 폰을 보고 바로 경찰에 갖다줬다고 했다더라. 친구는 경찰이 있는 곳으로 갔고 폰을 받으려 했지만 경찰은 비밀번호를 풀어야만 폰을 줄 수 있다해서 나보고 다녀오라고 했다. "폰 찾아서 다행이다."라고 말하는 와중에 스페인 경찰 무리들 참 잘생겼다며 흐뭇해 하던 친구.

 

친구가 알려준 장소로 열심히 뛰어가 경찰한테서 폰을 받았다. 친구 말대로 경찰들... 잘생겼더라... 결국은 해피엔딩으로 끝난 멘붕의 10분. 혼돈의 시간을 겪고 있던 날 위해 발빠르게 해결해 준 친구에게 감사를 전하며...

 

 

 

2차 멘붕

 

해피 엔딩으로 끝날 줄 알았던 우리. 또다른 사건이 연이어 터졌다. 체크인 카운터에 짐을 다 맡기고 들어가려 했던 참이었다. 친구 티켓에는 친구 이름이 아닌 친구의 영어이름이 적혀 있는걸 보았다. 뚜둥! 알고보니 친구가 예약할 때 자신의 여권 이름이 아닌 자신의 영어 이름으로 예약했던 것. 탑승자의 여권 이름과 티켓 이름이 다르면 탑승거부될 수 있단 사실을 알기에 직원에게 이름을 정정해 줄 수 있냐 요청했다.

 

어쩔줄 몰라하며 여러 사람에게 물어보는 모습을 보니 직원도 이런 일을 처음 겪는 것 같았다. 결국 이름은 정정해 줄 수 없다고 했다. 그렇지만 영어이름이 적힌 신분증이나 증명할 수 있는 서류 같은 것이 있으면 괜찮다고 했다. 당연히 영어 이름인데 이걸로 된 신분증이 있을리가 없지. 생각해보면 우리가 발견하기 전에, 직원은 탑승자 여권과 티켓 이름이 다른데도 알아차리지 못하고 그냥 발급해준거 아닌가.

 

어쨌든 "오늘 비행기는 탑승 할 수 있지만 테네리페에서 마드리드로 돌아오는 비행기는 탑승하지 못할 수도 있다"고 말하는 직원. 나는 핸드폰 찾은 것 처럼 잘 풀릴거야라며 친구를 다독였고 테네리페로 가는 비행기는 무사히 잘 탔다.

 

과연 친구는 테네리페에서 무사히 비행기를 타고 마드리드로 왔을까? 아이러니하게도 친구는 돌아오는 비행기를 놓쳐버려서 급하게 다른 비행기를 탔다는 사실. 친구는 불쌍하게도 마드리드로 돌아오지 못하고 바르셀로나 가는 비행기를 타고 한국행 비행기도 다시 구입했다는...

 

 

 

이건 뭔 시츄에이션?

 

테네리페에 무사히 도착했다. 비행기에서 내려 수화물 찾는 곳으로 열심히 걸어가고 있었다. 유리문으로 된 검색 통로(?) 같은 곳을 지나가야 했고 난 왼쪽 통로를 친구는 오른쪽 통로를 지나가는데 갑자기 내쪽 통로 문이 닫히면서 갇혀버렸다!! 버튼을 눌러도 열리지 않고 문도 못 열었다. 응? O_O? 이 황당한 경우에 그저 웃음만 나올뿐. 친구와 지나가던 사람들은 유리문에 갇혀 황당해하던 내 모습을 보고 꺼이꺼이 웃었다. 다행이도 한 아저씨가 열심히 웃다가 내가 불쌍해보였는지 밖에서 유리문을 힘으로 열어줘서 탈출할 수 있었다. 슈퍼 히어로를 만난다면 이런 기분일까...

 

 

 

순탄치 않았던 우리의 여행 첫 날. 액땜했던 탓인지 이후에는 딱히 위험한 일도 나쁜 일도 없이 잘 다녀왔다. 테네리페에서는 한국인 친구를, 세비야에선 네덜란드 교환학생 때 만났던 스페인 친구들을, 그라나다에선 베프인 바르셀로나 친구와 친구의 남자 친구를, 마드리드에선 작년 마드리드 호스텔에서 알게 된 폴란드 친구와 독일인 친구를 오랜만에 만났고 또 이 친구들 덕분에 현지인처럼 즐길 수 있었다. 그 외에도 친절한 스페인 사람들, 유쾌한 호스텔 친구들, 아름다운 자연과 건축물, 내 입맛에 딱 맞는 음식과 맥주 등 모두 좋았다.

 

주로 남편 또는 친구와 함께 여행해서 혼자 오래 여행하는 것에 걱정도 많이 했지만, 이또한 즐거웠다. 사진 찍어 줄 사람이 없어 사람들한테 부탁 해야했고 무거운 삼각대를 낑낑대며 들고 다녀야 했고, 외로울 때도, 힘들 때도 많았지만 말이다. 다시가고 싶은 스페인 남부. 지금부터 본격적인 여행기를 시작해보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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