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SA/SILICON VALLEY LIFE

미국 일상|샌프란시스코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The Nutcracker)

Calisol 2018. 1. 5. 07:30

 

차이코프스키는 내가 가장 좋아하는 작곡가 중 한 명이다. 7살때부터 취미로 피아노를 쭉 쳐서 그런지 어릴적부터 클래식 음악을 좋아했다. 특히 초딩 시절에는 클래식 명곡이 믹스된 테이프를 잠자기 전 듣곤 했는데, 그 중 '별사탕 요정의 춤'은 내게 짧지만 강력한 인상을 줬다. 이 음악이 흘러 나올 때마다 어린 나는 상상의 나래를 마음껏 펼치며 내가 상상한 배경 속에서 주인공이 되어 춤을 추는 꿈을 꾸곤 했다. 

 

이번 겨울에는 남편과 함께 차이코프스키의 호두까기 인형(The Nutcracker) 발레를 보러 갔다. 꼭 한번 보고 싶었던 그 유명한 샌프란시스코 발레단의 호두까기 인형은 역시 기대 이상이었다. 무대 앞에서 교향악단이 연주하는 가슴 두근거리는 차이코프스키의 음악과 함께 엄청난 스케일의 아름답고 환상적인 공연은 보는 내내 넋을 잃게 만들었다.

 

 

 

우버를 타고 내리니 바로 앞에 샌프란시스코 시청 건물이 보였다. 호두까기 인형을 공연하는 전쟁기념 오페라 하우스(War Memorial Opera House)는 시청 바로 옆에 위치 해 있다. 

 

 

 

 

 

전쟁기념 오페라 하우스 내부. 높은 천장에 화려한 천장 장식, 그리고 트리와 크리스마스 장식으로 가득한 라운지의 우아한 분위기에 다시 비엔나에 온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예쁜 사진을 찍으려 무거운 카메라를 들고 왔지만 메모리 카드를 들고 오지 않아 폰으로 찍어야 해서 아쉬웟다. 어쨌든 우리는 코트 체크에 가방과 코트를 맡기고, 흥을 돋구어 줄 샴페인 한 잔을 들며 오페라 하우스를 구경했다.

 

 

 

 

 

나는 초록색 벨벳 드레스, 남편은 파란 벨벳 자켓으로 나름 커플룩을 연출했다. 보통 심포니나 오페라, 발레 공연을 보러 갈 때에는 차려 입고 가기 때문에 오랜만에 발 아픈 예쁜 높은 힐과 드레스를 꺼내 입었다. 힐을 신어도 현저하게 차이나는 우리 커플 키 차이...

 

 

 

 

입장하기 전 복도에서. 

 

 

 

 

 

생수병 외의 음료나 술은 일체 반입 금지라 사진만 찍고 복도 쇼파에 앉아 샴페인을 홀짝거렸다.

 

 

 

 

공연장 안으로 들어왔다. 고급스러운 홀 안에 연주자들의 악기 튜닝 소리가 퍼지니 더욱 설렜다. 나중에 저 무대에선 얼마나 아름다운 공연이 펼쳐질까, '눈의 왈츠'는 얼마나 예쁘게 표현될까, 공연을 보면서 직접 교향악단의 연주를 들으면 어떤 기분일까.

 

 

 

 

우리는 2번째로 좋은 위치인 3층 앞쪽 Grand Tier 구역에 앉았다. 솔직히 제일 좋은 2층 박스석에 앉고 싶었지만 거긴 한 사람당 택스 제외 450달러가 넘고 여긴 택스 제외 170달러로 가격 차이가 꽤 나서 여기로 예약했다. 솔직히 싸게 좋은 자리에 앉으려고 일부로 주말 대신 저렴한 수요일에 왔는데도 비싸긴 비싸다. 제일 저렴한 공연은 택스 제외 69달러 정도였던걸로  기억한다.

 

 

 

www.sfballet.org/season/nutcracker/nutcracker

1막이 시작되었을 때 주인공 마리가 엄마와 함께 선물을 사고 집으로 오는 장면. 배경을 샌프란시스코로 해 놓아서 시작부터 흥미로웠다. 

 

 

 

www.sfballet.org/season/nutcracker/nutcracker

마리가 호두까기 인형을 품에 안고 꿈 속에 빠졌을 때, 호두까기 인형과 주위에 있는 크리스마스 트리, 벽난로, 시계 등 사물이 어마어마하게 커지는 장면도 인상적이었다. 1막의 절정인 눈의 왈츠는 가히 압도적이었다. 무대에는 쉴새없이 눈이 내리고 그 속에서 눈꽃 요정들이 춤을 추는 모습은 정말 환상적이었다. 

 

 

 

 

1막이 끝나고 Intermission 시간에는 배가 고파 4층에 있는 카페로 왔다. 쿠키와 와인을 사기 위해 긴 줄을 기다려야 했지만 기다리는 동안 애기부터 할머니 할아버지까지 우아하게 차려입은 모습을 보고 있으니 지루하지 않았다. 아무래도 가족이 함께 즐길 수 있는 공연이라 그런지 가족단위의 관람객들이 많았다.

 

 

 

www.sfballet.org/season/nutcracker/nutcracker

2막에서는 줄거리와 관련없는 여러 춤이 나오는 디베르티스망이 나온다. 그 중 개인적으로 좋아하는 꽃의 왈츠, 별사탕 요정의 춤, 러시안 댄스스, 그리고 2막의 하이라이트인 꽃의 왈츠도 역시나 아름다웠다. 

 

2막에서 제일 좋았던 건 성인 마리와 왕자가 춤추는 장면이었다. 관현악단이 이끄는 Pas de Deux에 맞춰 춤추는 장면은 로맨틱하며 몽환적이었고 팔에는 소름이 돋고 눈에는 눈물이 핑 돌았다. 솔직히 왕자가 잘생겨서 몰입이 더 잘된 것 같기도 하다. 디즈니 인어공주에 나오는 왕자님이 연상되는 잘생긴 발레리노와 아름다운 발레리나의 나비처럼 가벼운 우아한 춤동작. 아직까지도 그 감동이 생생하다.

 

 

 

 

나는 물론이고 발레에 관심없는 남편도 한껏 감동 받았다. 한없이 눈이 내리던 눈의 왈츠의 장면과 성인 마리와 왕자가 춤추는 장면은 사진을 찍지 않았음에도 아직까지 눈에 선하다. 게다가 오디오가 아닌 교향악단의 연주도 함께 직접 들으니 감동은 이루말할 수 없었다. 남편과 나는 아이를 낳으면 예쁜 드레스나 턱시도를 입히고 꼭 다시 보러 오자고 약속했다. 

 

 

인스타로 소통해요 ▼

 

 

@calisolsf님의 공유 게시물님,

하트♡나 댓글은 제게 큰 힘이 됩니다!

둘 다 로그인 없이 가능해요. :D

↓  ↓